로리 갤러거의 ‘Shadow Play’ 공연 실황 유튜브 화면 갈무리

블루스에 관한 이야기를 큰 줄기로 잡고 글을 이어나가다 보면 꼭 블루스에만 메여있지 말고 다른 이야기도 가끔 풀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로리 갤러거’의 이름을 제목에 딱 써놓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로리 갤러거’는 정통 블루스에 기반을 두긴 했지만, 우리가 그동안 듣고 느꼈던 블루스와 조금 차이가 있는 공격적이고 직선적인 하드록과 블루스록 기타 연주를 들려줬던 사람이에요. 그를 소개하는 자료를 먼저 훑어보면, 1948년에 태어나서 47세 나이인 1995년에 세상을 떠난 아일랜드 출신의 블루스맨이자 작곡가, 멀티연주자, 프로듀서입니다. 그의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3000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것으로 그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 이 짧은 글로는 모자라도 너무 모자라지요.

다른 이야기는 모두 생략하고 그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가 하면, 고향에 있는 극장은 로리하고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에도 그를 낳아준 어머니가 예전에 공연했다는 이유로 극장 이름을 ‘로리갤러거 극장’으로 바꿨습니다. 그의 고향인 아일랜드의 코크 공항도 ‘코크 로리 갤러거 공항’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움직임도 있었을 정도라니까요.

이렇게 아일랜드에서는 아일랜드의 문화를 상징하는 절대적인 뮤지션으로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레드 제플린, 에릭 클랩튼, 퀸, 핑크 플로이드 등 영국 록 뮤지션들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을 시기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기 나라 뮤지션이 점령국이었던 영국으로 건너가서 최고로 인정을 받았으니 얼마나 자랑스럽겠어요. 마치 우리나라 가수가 해방 직후 일본에 가서 일본 전체를 뒤흔드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것 같은 그런 감동이었을 겁니다.

1970년대 북아일랜드가 정치적인 문제로 혼란에 빠져있었을 때, 그쪽은 위험하니까 공연이나 여행을 하지 말라는 영국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매년 아일랜드에서 공연하며 애국적인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민족의 영웅 같은 평가를 받는 거예요. 이쯤 하면 ‘아니!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라면 조금은 들어봤을 법도 한데…. 왜 이 사람은 생소하지?’ 하는 독자들이 있을 겁니다. 생소한 게 당연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30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팔아치웠다면 특별한 히트곡이라도 한두 개 정도 있어야 할 텐데, 희한하게도 그는 대표적인 히트곡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거예요. 그러나 영국 음악계에서는 딥퍼플이나 롤링스톤즈같은 대형그룹에서 영입하려 했던, 전설의 반열에 올라있는 명 기타리스트예요. 에릭 클랩튼 같은 이는 “나를 블루스로 다시 돌아가게 해준 장본인”이라고 추앙했고, 퀸의 브라이언 메이, 주다스 프리스트의 글랜 팁튼 같은 내로라하는 유명한 뮤지션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할 정도입니다.

도대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었길래 하는 궁금증이 생기지요? 어떤 쪽이든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으면 흔히 표현하는 수식어로 미쳤다든지, 대박, 죽인다 뭐 이런저런 말을 사용하는데, 이 모든 말을 다 써도 모자란 실력을 가졌다는 것 아닙니까. 기타를 무지하게 잘 칩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세계 3대 기타리스트들도 인정한 실력자입니다. 아주 곱상한 꽃미남 외모를 가졌던 그는 평소에는 아주 조용하고 수줍음을 많이 탔습니다. 하지만 무대에 올라서기만 하면 약 먹은 듯이 기타를 치며 기타를 가지고 보여줄 수 있는 별별 퍼포먼스를 다 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그런데도 텔레비전 출연은 한 번도 하지 않고 오로지 앨범과 공연을 통해서 팬들을 열광시켰던 기타 속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낸 진정한 뮤지션이었지요.

이렇게 대단한 친구를 음악의 길로 인도한 것은 의외로 무명 가수였던 어머니가 아니라 라디오였다니 필자와 무언가 통하는 느낌이 드는군요. 좋아하는 음반을 구경하거나 살 방법이 없던 소년은 우리에게 AFKN으로 익숙한 AFN 방송을 들으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뮤지션과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기야 예전에는 최신 팝송을 가장 빨리 들을 수가 있던 것이 이 방송이었으니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어렵게 음악을 접한 사람들은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기 마련이고, 거기에서 창조적인 음악 세계를 갖게 되지요. 이런 모든 소개가 로리의 공연 실황 동영상 속에서 충분히 설명될 것입니다. 아울러 로리 갤러거의 짧은 삶이 정말 안타깝다고 생각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동영상은 1979년 공연 실황이기에 화질이 그리 말끔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보고 반할만합니다.

로리 갤러거의 ‘Shadow Play’ 공연 실황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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