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현농협 로컬푸드 생산자 모현읍 왕산6리 이춘재·정채은씨

이춘재 정채은 부부

모현농협(조합장 이기열)은 지난달 27일 하나로마트 1층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었다. 용인에선 지난해 4월 개장한 용인농협 직매장에 이어 9번째다. 이곳에선 80여 농가에서 생산한 신선농산물과 가공식품 등 100여 가지 품목을 판매한다.

모현농협은 지금과 같은 직매장은 아니지만 2016년부터 일부 품목에 한해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했다. 모현읍 왕산6리 이춘재(66)씨가 로컬푸드를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장구를 치러 다녔는데, 농협에서 로컬푸드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농사를 짓고 있었기 때문에 해보자고 결심하고 포곡농협과 모현농협에서 로컬푸드 교육을 받은 뒤 바로 시작했어요. 어느덧 4~5년 됐네요.”

이씨는 일찌감치 아버지를 따라 직접 농사를 지었으니 대략 50년 이상 농부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첫 해 2000만원 가량 수입이 생겼는데, 이후 해마다 수입이 늘더라고요. 그래서 욕심이 나서 규모와 가짓수를 늘렸는데, 욕심을 내는 만큼 힘이 들더군요. 그런데 웃기지요, 힘든데 계속 하게 되니”

몇 해 전부턴 어깨수술 때문에 잘 되던 식당을 그만 둔 아내 정채은씨와 함께 로컬푸드를 하고 있다. 수십 년 농사를 지어온 이씨가 생산과 농지 관리를 주로 맡고 있다면, 아내 정씨는 손질과 포장을 담당하고 있다. 분업화라기보다 정채은씨가 포장하는 게 소비자들에게 더 선호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입으로 먹는 세상이라기보다 눈을 보는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깨끗하고 먹기 좋고 예쁘게 담겨 있어야 사려고 하지 않겠어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는 말도 있잖아요.”

정씨는 남편을 도와 로컬푸드를 시작한 이후 관심이 부쩍 더 커졌다. 친정인 김포에 가서도 일부러 로컬푸드 직매장을 세 번씩 방문했을 정도다. 어떻게 진열하고 포장하는지, 소비자들은 어떤 농산물을 선호하고 찾는지 관찰하기 위해서다.

두 부부의 정성과 연구는 로컬푸드를 통해 얻는 수입으로 드러난다. 농사 규모와 가짓수가 늘긴 했지만, 물건이 워나 좋고 깨끗해 이춘재·정채은씨 부부는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멀리 수원, 하남, 수지, 신갈 등 이들 부부가 생산한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들이 생겨났을 정도다. 단골이 생겨 가을엔 배추를 절여 부속물과 함께 수원까지 직접 배달해주기도 한다.

부부는 쏠쏠한 수입에 쉬는 날 없이 로컬푸드에 매달려 고되지만, 찾아주는 소비자들이 있어 너무 좋단다.

“힘 안들이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겠어요. 그래도 나이 들어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품질은 누구보다 자신 있고요. 무엇보다 물건이 좋다는 말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매장도 넓어져서 좋고요.”

거친 손가락은 고된 농사로 마디마디 쑤셔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지만, 이춘재·정채은씨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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