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원

지난해 정부는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현 정부의 임기 내 확고한 탄소중립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이 없어질 정도로 다시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중립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숲이나 해양 등이 흡수해 탄소 제로를 만들어야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사용하는 화석연료는 46억 년에 걸쳐 태양에너지에 의해 축적됐다. 지구의 나이 46억 년 동안 태양에너지가 풀과 나무들을 키웠고, 이들을 먹고 동물들이 자란 것이다. 풀과 나무들은 고체 형태로 집약돼 땅속에 묻혀 석탄이 됐고, 식물을 먹은 동물들은 죽어 땅속에 묻혀 석유와 가스가 된 것이다. 그런데 지구의 역사 중 찰나에 불과한 수백 년 전부터 산업사회가 시작돼 46억 년 동안 축적돼 온 석탄과 석유를 다 써버리고, 우리는 이것을 ‘경제성장’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욕심이 화를 부르고 있다. 기후 위기는 이제 미래의 예측이 아니라 현실이다. 신문방송을 통한 기사마다 홍수‧산불‧가뭄‧한파 등에 ‘대규모’, ‘전례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지 오래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섭씨 1도 올라가면 자연재해 피해가 늘어나고, 2℃ 올라가면 빙하가 붕괴되고, 3도가 올라가면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 4℃ 올라가면 직접적인 열기와 사막화가 진행된다고 하니 인류는 생존을 위해 지금 당장이라도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의 저자 뉴욕주립대 밀브레스 교수는 “인류가 지닌 문제들이 심각한 체계적 실패라는 것을 개방적 사고에 기초해 인정해야만 비로소 최소한의 혼란과 고통을 수반하는 점진적인 전환을 계획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근본적인 사회 변화의 필요성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와해된 후에야 비로소 필요한 근본적인 변화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사회가 무너지고 난 후에야 행동하게 된다면 너무 늦을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위기를 먼저 경험해 봐야만 대응을 해왔다. 그러나 위기를 통한 학습은 초기 한두 번은 가능해도 시간이 지나고 규모가 커질수록 혼돈스럽고 예측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이 팽창 지향적 노선을 지속하고 환경문제를 기술적 문제로만 치부해 버린다면 결국, 우리는 문명을 스스로 위협하는 위기 속으로 빠져들어 가게 될 것이다. 우리의 전환이 쉽지만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규모화 되어가고 있는 위기가 닥쳐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어 보인다. 따라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새로운 가능성이 확인되면 바로 학습할 수 있도록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다.

기후 위기를 대하는 일부 지자체에서는 나름대로 전환에 필요한 학습전략을 세워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용인시와 접경한 수원시는 재생에너지 전력체계의 핵심은 ‘분권과 분산’이라고 강조하며 중앙 집권형 전력 생산과 공급 방식에서 지역에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역에너지 체계의 구축을 밝힌 바 있다. 화성시도 ‘화성형 그린 뉴딜’ 종합 계획을 발표해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동참하는 ‘그린 뉴딜 선도도시’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양시 역시 ‘파리 기후변화 협약 이행을 위한 고양시 환경정책’을 수립해 범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용인시는 지난해 7월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 연대’ 발족식에 참여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탄소중립 관련 정책을 적극 발굴해 친환경 생태도시를 조성하는데 한 발 더 다가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특별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시행하고 있는 ‘생활폐기물 감량화 종합 대책’도 시민과 함께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대안임에도 불구하고 기후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내년 지방선거의 화두는 코로나 이후 단연,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정책 대결이 예상된다. 그만큼 기후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현재 용인시는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가 공공부문에만 한정돼 있어 고양시처럼 건물, 주택, 농·축산업, 기업 등 민간영역까지 확대해 전방위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생태교통에 필요한 기반 시설의 설계, 숲과 하천의 탄소흡수를 위한 기반 조성, 미래세대의 환경교육 등 다양한 사업기획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1년 남짓 남은 지자체장의 임기 동안 작은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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