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지역 문화예술인들, 기대 속 우려 적지 않아
"지속적인 투자 계획 이행노력 필요" 지적

경기 용인시가 내년 특례시를 앞두고 여성친화도시·아동친화도시에 이어 법정 문화도시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유치함으로써 문화적 자산을 넓히고 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겉치레만 요란하게 사업 준비만 하다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례시에 걸맞은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인프라 확대와 함께 지속적인 의지와 투자가 축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문화도시 용인>을 주제로 연속 기획을 마련한다./ 편집자

지난달 26일 민관학 23개 기관 24명으로 구성된 법정 문화도시 추진단이 꾸려져 분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5년간 최대 100억원 지원받는 문화도시

법정 문화도시는 문화 자산을 활용해 지역 스스로 도시의 문화 환경을 기획·실현하고 브랜드를 창출할 수 있도록 201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문체부는 △문화도시 추진 필요성 및 방향의 적정성 △조성계획의 타당성 △문화도시 실현가능성 △지자체 간, 관련 사업 간 연계와 협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차 7곳(경기 부천시, 강원 원주시, 충북 청주시, 충남 천안시, 경북 포항시, 제주 서귀포시, 부산 영도구)을 2019년 말에 지정했다. 이어 올해 1월 5곳(강원 춘천·강릉시, 인천 부평구, 전북 완주군, 경남 김해시)을 2차 지역으로 지정했으며 2022년까지 총 30곳을 문화도시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들 도시는 주민이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문화거점을 만들어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는 문화도시를 구상하는 데 역점을 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각 지역의 고유한 역사적・문화적 특화 자원을 활용해 쇠퇴한 도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 주민의 통합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지역들은 문화도시로 지정받기 위해 급하게 준비한 곳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 속에 문화 인프라를 구축해 이 같은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도시 특성에 따라 연간 20억원씩 최대 100억원까지 사업비를 받을 수 있다. 이에 용인을 비롯해 70~80곳 지역이 6월 진행되는 ‘제4차 문화도시 지정 공모’에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여러 지역과 경쟁함에 따라 선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용인시,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용인시는 법정 문화도시를 통해 과거 난개발 오명을 벗고 경찰대 부지 일대를 문화공간으로 조성함으로써 문화도시를 통한 도시 재생을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 진행을 앞둔 플랫폼시티, 반도체클러스터 등의 대규모 도시개발 계획에 문화를 접목시켜 특례시에 걸맞은 양적, 질적 성장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목적으로 문화도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시는 문화도시 기본 조례를 제정했으며, ‘지역자율형 분야’에 맞춰 생활문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용인시는 지난달 26일 ‘문화도시 추진단’을 발족하고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추진단은 오후석 제1부시장을 단장으로 용인시의회, 용인교육지원청, 용인상공회의소, 용인문화재단, 용인시정연구원, 용인예총, 용인민예총, 한국민속촌, 에버랜드,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뮤코협동조합 등 민·관·학 23개 기관 24명으로 구성됐다.

시는 추진단을 주축으로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6월 진행되는‘제4차 문화도시 지정 공모’에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민 주관 워크숍, 포럼, 원탁회의 등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도시 거버넌스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시는 앞서 지난해부터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용인형 문화도시 조성계획 수립 기초연구, 용인시 문화도시 지정 추진 계획 수립, 문화도시 지정 추진 행정협의체 T/F 구성 등을 진행해왔다.

◇졸속 아닌 지속하려면?

관내 문화예술인들은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시가 나선 것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용인지부(용인예총) 노승식 회장은 “그동안 문화예술에 대한 예산이나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문화예술인 대부분이 힘들어했는데 문화도시가 되면 적지 않은 예산이 나오지 않느냐”면서 “오롯이 문화예술 분야에 투자할 수 있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준비 시기가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추진단이 꾸려진 만큼 유치에 최선을 다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용인에서 활동 중인 문화단체 회장 A씨도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으면 계속 작년 같은 상황이지 않겠냐. 작년에 본업으로 활동해서 수익을 낸 사람이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문화도시가 되면 문화예술을 위한 예산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럼 문화 관련 일자리가 생길 테고 우리한테 일자리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렇듯 문화예술인들은 법정 문화도시 지정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도시로 지정받은 지역 가운데 이에 대한 효과를 나타낸 곳이 있을까. 가장 굵직한 성과를 낸 곳은 올해 1월 2차 문화도시로 지정받은 춘천시다.

2019년 열린 정오의 문화 디저트 공연 모습

지난달 21일 프랑스 샤를르빌에서 열린 2025년 유니마 총회 개최지 투표에서 춘천은 캐나다 몬트리올을 큰 표로 제치고 국제인형극을 개최하게 됐다. 유니마는 유네스코 산하의 국제 인형극 민간기구로, 총 100여개 나라가 회원국으로 참여해 4년마다 총회와 세계인형극 축제를 함께 열고 있다. 총회 개최 도시는 국제적인 인형극 성지이자 문화예술 도시로 인정받고 있어 춘천시 기대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춘천시가 이 같은 세계적인 축제를 유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문화도시 자격을 부여받아서가 아니다. 수십 년 전 인형극 전문극장을 만들어 해마다 춘천인형극제를 이어왔던 덕분이다.

춘천 사례만 봐도 문화도시는 자격을 부여받음으로써 인정받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 춘천처럼 꾸준한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진정한 문화도시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고 좋은 평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문화예술인은 시가 ‘법정 문화도시’ 자격에만 연연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문화도시 준비 계획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전에는 이와 관련한 정책이 없었다는 게 일부 문화예술인이 지적하는 점이다.

처인구에서 활동 중인 한 작가는 “용인 관내 작가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시립미술관 건립이다. 제대로 된 갤러리나 미술관이 없으니까 용인에서만 활동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수원만 봐도 시립미술관이 있지 않느냐. 문화예술인을 위한 정책은 우리한테 직접 듣고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에 문화도시 추진단인 용인문화재단 한 관계자는 “용인시와 의회는 현재 문화도시 기본 조례가 제정됐다. 조례 제정 취지는 문체부 법정 문화도시를 지향함이 아니라 용인시는 특례시의 위상에 걸맞게 지정여부와 관계없이 문화도시로의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 대규모 도시계획에 문화를 접목하고자 하는 의지를 (법정 문화도시 지정 준비) 표명한 것”이라고 문화도시 준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시가 법정 문화도시 지정과 상관없이 시민과 문화예술인이 문화적 향유를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와 환경을 구축해야 할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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