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가정의 달 특집]재택하는 부모는 선생님? 직장인?

코로나19 발생 직전 한 기관에 진행한 가족 캠프 모습(자료사진)

#1. 지난주 마흔 네 번째 생일을 맞은 박정미씨는 매년 해오던 가족 여행을 두고 옥신각신하다 결국 포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활동 제한도 문제였지만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년간 재택근무로 받은 피로감을 풀고 싶은 심정은 컸지만 그냥 조촐한 가족 식사로 마무리했다.

#2. 지난해 둘째를 본 신동현(41)씨는 수지구 죽전동에서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폐업했다. 아내는 전업주부로 나섰고, 신씨는 배달 알바 등을 하고 있다.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딘가?= 코로나19로 기존과는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는 가정이 많다. 특히 사회가 해야 할 많은 업무가 중단되거나 차질이 발생해 부모 역할은 매우 커졌다. 게다가 생전 해보지 못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말 그대로 가정을 이끄는 슈퍼맨으로 살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박정미씨 기상시간은 출근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취침시간은 늦어졌다. 출근하는 남편 기상시간에 맞춰 일어나 아이들 등교까지 챙기다 보면 업무시간이다.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는 날에는 사실상 재택근무는 마비가 된다. 끝내지 못한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잠자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

박씨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1년여 동안 집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엄마이자 아내이자 직장인으로 일을 정해진 시간 내에 다해야 했다”라며 “가족의 소중함이 아니라 솔직히 너무 부담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을 그만 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견뎌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심정을 드러냈다.

지난해 말부터 배달일을 하고 있는 신동현씨도 남편으로 아빠로 역할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신씨는 지난해 태어난 둘째와 초등학생이 된 첫째와 보내는 요즘이 가장 힘들면서도 행복하다며 이 시험을 잘 치룰 수 있도록 힘을 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신씨는 “작년까지 아내와 같이 일했는데 아내는 집에서 육아에 첫째 교육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외부활동은 힘들어다”라며 “이전의 평온한 가정이 아니라 정말 다들 바쁘게 살아가는 약간은 정신없는 분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 중간쯤에 선 나= 누군가 부모이자 또 누군가의 자녀인 그들에게 가정의 달은 감정이 교차한다. 다가올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란다.

신동현씨는 “올해는 특히 더 가족들에게 미안해요. 입학식도 제대로 못한 아이를 그냥 코로나19 핑계로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요. 서울 계시는 부모님께도 비슷한 심정”이라며 “주는 것 없어 미안하고 받는 것 없이 죄송하다”고 심정을 드러냈다.

박정미씨에게 2021년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특별함으로 표현한다. 박씨는 “솔직히 일상도 변했고, 가족끼리도 많이 싸우고 갈등이 제법 있었다”라며 “그래도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인지 어느 때보다 정도 많이 들었다. 또 이런 기회가 올수 있을까. 내년 5월엔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가족을 위해 특별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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