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가정의 달 특집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까지 연이어진다. 이에 맞춰 전국에서 가족을 위한 행사가 열렸고 그곳에는 어김없이 부모 손을 잡은 아이들 모습이 보였다. 행복함의 외적 표출인 것이다. 2020년 5월은 달랐다. 코로나19 영향이다. 행사는 고사하고 1년에 한번 매우 특별히 열린 어린이날 행사마저 취소됐다. 아이들은 알록달록 볼거리 먹을거리 넘쳐나던 행사장 대신 방안에 머물렀다. 부모님 손을 잡고 따뜻한 봄날의 행복함을 느껴야 할 아이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코로나19 1년이 지나고 맞은 가정의 달은 어떤 풍경일까. 용인의 평범한 가정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들어가는 말>

◇닫힌 교문 1년, 집과 가족은 유일함= 2019년 겨울방학 이후 2021년 봄까지 1년이 넘도록 학생들 등굣길은 정상화되지 못했다. 코로나19 영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사이 입학은 물론 졸업식도 열리지 못했다. 집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외출조차 자유롭지 못하니 함께 어울릴 대상은 가족이 거의 유일했다.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야 할 아이들은 집에서 영상으로 공부했다. 그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어떻게든 정해진 하루 24시간을 보내야 했다. 코로나19로 학교 가는 길이 닫힌 초기만 해도 혼란은 있었지만 그리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방학의 연장선이라 여기고 마음껏 여유를 즐겼다.

아이도 부모도 내심은 마찬가지였다. 하루 이틀 길어봐야 몇 주내 일상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기대는 막연했다. 몇 주는 곧 달포를 채웠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 등굣길은 완전한 정상궤도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집은 여전히 학교이자 놀이터이며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친구였다.

매년 어린이날이면 용인에 있는 유명 놀이시설로 가족 모두가 여행을 떠난다는 이기동(49‧수지구)씨 가족. 21일 이씨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족여행은 못 갈 것 같다며 아쉬움을 먼저 드러냈다. 그는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 두 딸을 두고 있다.

이씨는 “첫째는 졸업식도 입학식도 못했어요. 맞벌이 가족이라 아이 둘이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라며 “코로나 영향으로 가족 역할도 많이 달라진 기분이죠. 올해 5월도 아쉽지만 지난해와 크게 다를 게 없을 듯해요”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영상수업을 하고 있는 학생들

◇눈처럼 쌓여간 갈등‧눈처럼 녹은 감정= 이씨 가족에게 지난 1년간 달라진 것이 여럿 있단다. 아무래도 가장 큰 부분은 가족과의 소통 방식의 변화란다.

“아이들이 등교할 때는 그래도 얼굴 보며 집에서 밥 먹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근데 지난해 특히 여름 이후에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일상이 깨지니 각자 밥 먹는 경우가 많아졌거든요”

기흥구에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이세나(38)씨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맞은 가족 간의 소통방식에 대해 말했다.

이씨는 “(코로나19 정국)초기에는 아들과 나름 소통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지난 겨울부터는 둘 간에 갈등이 많이 쌓여 싸우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라며 “올해부터 정상수준으로 등교를 하는데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면서 아들과 같이 시간을 더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아들 박모(10)군은 “학교에 가도 친구들과 편하게 놀지 못해요. 마스크도 불편하고요. 작년에 엄마 아빠랑 집에서 놀았던 것이 기억나요”라고 말했다. 가족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박군은 “좋아요”라고 답하며 예전처럼 가족여행을 자주 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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