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재치와 상상력 표현

시를 읽다 보면 대상 자체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다. 본자신도 모르게 해석하고 분석하려는 습관이 있어서다. 구절마다 숨은 의도를 찾고 시 전체 맥락과 주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입시 교육 영향도 있지만 시가 난해하고 어렵다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주영헌 시인은 평범하고 사사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시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신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회전목마, 이 인분 식당 등 일상의 주제를 서정시로 표현했다. 체념적 어투로 상실의 경험을 고백했던 첫 시집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와 달리 이번 시집은 시인 특유의 재치와 상상력으로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일상을 아름다운 구절로 그려냈기에 읽는 독자들도 편하게 몰입할 수 있다.

주 시인은 일상생활의 아주 사사로운 것들로부터 사랑을 발견한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시작한다고 그는 말한다. 일상으로부터 발견한 사랑의 순간을 가볍고 간결한 문장으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외로움과는 관계 없이한없이 당신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안목 해변에 서서’, 당신과 나는 “서로의 그림자처럼 가까운 곳에 있었다”고 말하는 ‘우리가 우리를 완벽히 껴안는 방법’ 등 주 시인만의 따듯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일상의 사사로운 일 모두 “심(心) 써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나요’, “울기 시작하면 누군가가 찾아온다”고 말하는 ‘울기 시작하면’, “슬픔이나 이별 따윈 어제에 놔두고 오기 위해 샴푸를 한다”는 ‘아침엔 샴푸’ 등에서는 삭막한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09년 계간 ‘시인시각’ 신인상을 받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주영헌 시인은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 등을 펴내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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