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안전지수로 본 용인-4대 특례시 비교

지난해 7월 발생했던 용인시 처인구 한 물류창고 화재 모습(사진:용인소방서)

용인시민이면 누구나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하지만 안전에도 지역에 따라 분야별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재난 등 안전에 대한 기반시설도 지역별로 차이가 발생한다. 안전한 환경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지역 간 또는 지역 내 안전 불균형은 갈등을 유발하거나, 사회적 통합이나 공동체 통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 간, 지역 내 안전 불균형 해소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에 대한 가치는 경제 논리에 밀려 뒷전인 경우가 적지 않다. 어린이보호구역이나 공장·건설현장에서의 안전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낮은 안전의식과 무관하지 않은데, 안전에 대한 투자를 낭비라고 여기는 경향은 낮은 안전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 대개 안전분야는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그 효과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낮은 편이다.

‘용인특례시’ 출범이 10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특례시를 준비하고 있는 용인시는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용인시 안전 수준이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지역안전지수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용인, 범죄·자살분야 안전지수 최상위권 
행정안전부는 2015년부터 지자체의 안전관리 책임성을 강화하고,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지역안전지수를 공개하고 있다. ‘지역안전지수’는 안전에 관한 각종 통계를 활용해 자치단체별 안전수준을 계량화한 등급이다. 5등급으로 나누는데, 1등급일수록 동일 단위 행정구역 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출분야는 △교통사고 △화재 △범죄 △자연재해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등 7개 분야다. 자연재해는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2019년부터 제외됐다. 정부가 안전수준을 지표화 한 지역안전지수를 공개하는 이유는 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각 지방정부가 낮은 지표를 대상으로 보다 효과적인 안전대책과 투자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지수로 본 용인시의 안전수준은 어떨까? 결론부터 밝히자면 2017년~2019년 최근 3년 동안 7개 분야 모두 2등급 이상으로 양호하다. 특히 특례시를 앞둔 4대 대도시와 견줘 범죄(2018년 2등급 제외)와 자살분야는 1등급으로 최고 수준이다. 지역을 경기도로 넓힐 경우 경기도는 6개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았지만, 범죄분야에서 낮은 안전등급을 받은 것과 대비된다. 

반면 교통사고, 화재 등은 수원시, 생활안전은 고양시보다 안전등급이 한 단계 낮다는 점은 새겨야 할 대목이다. 교통사고나 생활안전 등은 특정계층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용인시민 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2017~2019) 간 4대 대도시 지역안전등급

교통사고·생활안전·화재 등은 개선 필요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기도 지역안전지수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지역특성을 반영해 표준화 한 시·군 지역안전지수(7등급으로 구분)를 보면 보다 명확해 진다. 용인 수원 고양 등 특례시 출범을 앞둔 도내 대도시를 비교한 결과, 용인시는 범죄와 감염병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았다. 반면 교통사고와 생활안전 분야는 고양시와 함께 3등급, 화재분야는 하위권인 5등급을 받는데 그쳤다. 그에 비해 수원시는 화재와 생활안전분야에서 1등급으로 평가됐다.  

지역안전지수를 산출하는 세부 지표를 보면 교통사고와 생활안전, 화재분야 취약성 뿐 아니라 용인시가 안전한 도시로 가기 위한 길이 보인다.

교통사고분야에선 교통사고 사망자수, 화재분야에선 환산사망자와 사망자+발생건수, 생활안전분야에선 생활안전 구급건수 등이 위해지표로 분류된다. 취약지표는 의료보장 사업장수·자동차등록대수(교통사고), 음식점 및 주점업 종사자수·창고 및 운송관련 서비스업체수(화재), 건설업 종사자수·제조업 종사자수(생활안전) 등이 취약지표로 들어간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해마다 발표하는 교통문화지수에 따르면 전국 인구 30만명 이상 29개 시 가운데 용인시는 5등급 가운데 C등급으로 15번째에 이름을 올린 것에서도 알 수 있다.

2019년 같은 기간 발표된 교통문화지수를 보면, 용인시는 가장 높은 순위에 포함된 운전 중 스마트기기 사용빈도와 규정속도 준수 빈도는 29개 기초지자체 중 11위 수준이었다.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77.8%)도 13위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음주운전 빈도는 21위를 기록하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신호준수율과 교통사고 때 운전자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안전띠 착용률, 이륜차 안전모 착용률 등은 각각 18위(신호 준수), 17위(안전띠·안전모)에 그쳤다.

화재와 관련해선 이천 물류센터 화재와 함께 최악의 화재사고 중 하나로 꼽히는 사례가 지난해 7월 13명의 사상자를 낸 양지 SLC물류센터 화재사고다. 이 대형 물류센터 화재로 5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이곳은 2017년 10월 물류센터 신축 공사를 하던 중 옹벽이 무너져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표준화 한 경기도 3대 대도시 지역안전지수

고령인구 증가 안전 취약요인…선제대응 시급
안전분야에서도 특례시에 걸맞은 도시가 되는 것은 시의 정책의지에 따라서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 재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인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점은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홀몸노인수와 고령인구수 등의 증가는 안전 취약 요인으로 작용해 교통사고, 화재, 생활안전, 자살, 감염병 등 대부분의 안전 분야에서 취약요인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도 안전한 도시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안전관련 예산 투자와 기반시설 구축, 제도정비 등 용인시에 정책의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행안부가 공개하는 최종적인 안전지수는 특정 지표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지역적 특성이 제대로 반영됐다고 보기 힘들어 각 지표별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재난 유형뿐만 아니라 노인의 가구 형태, 사회·경제적 수준 등을 고려한 맞춤형 대책과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연구원 봉태호 연구위원은 ‘경기도 지역안전지수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고령층에 대한 안전대책 수립은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한 미래 사회의 안전수준 향상 및 선제적 대응체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봉 연구원은 안전에 대한 예산투자는 균등보다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해 안전사업과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재원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안전수준을 진단하고, 취약요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적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안전대책 수립이 필요한 이유다. 

용인시는 다양한 안전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관련 제도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화재, 산업재해, 교통사고 등의 다양한 안전사고는 대부분 부주의가 주원인인 점을 감안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안전문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봉태호 연구위원도 “지역사회의 안전은 개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주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주민과 함께 안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체험할 수 있는 생애주기별 안전 프로그램 및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연구원은 지역안전지수 분석 연구에서 개인 안전의식과 거주지역에 대한 체감 안전도는 높은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 안전의식이 높다고 생각할수록 지역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안전의식을 높이면 부주의로 발생하는 수많은 재난을 감소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안전분야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이어야 하며, 단순히 경제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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