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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달래줄 꽃 한 송이

기사승인 2021.03.10  09: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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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돈을 들여 꽃을 사는 일이 잦아졌다.

코로나19 여파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졸업, 입학 시즌이 한창이었을 2~3월이면 꽃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곤 했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덤덤한 듯하다. 작년보다 ‘코로나블루’ 증상이 덜하긴 하지만, 추운 날 집에서 아이들과 씨름하는 나를 위해 스스로 꽃다발 한 아름을 선물했다.

식탁에 올린 꽃을 보며, 거실에 놓여 있는 꽃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꽃이 배부르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오래오래 두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금방 시들어버리는, 혹자들이 말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인데, 무에 그리 비싼 돈을 들여가며 사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행태가 무척 실리적이고 구두쇠 같았던 필자도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돈을 들여 꽃을 사는 일이 잦아졌다. 어린 시절 마당 곳곳에 각종 씨앗을 구해서 꽃을 심었던 엄마의 모습이 돈을 들여 꽃을 구입하는 요즘 내 모습과 오버랩된다. 

필자의 사례에서 보듯이, 꽃을 소비하고 좋아하는 주체는 주로 여성들이다. 인류 역사상 수렵과 채집 기간은 농경사회 기간을 훨씬 능가한다. 남성이 주로 수렵으로 삶을 이어가는 동안 여성은 채집 생활을 주로 해왔다. 열매나 채소 등을 채집하는 것 또한 생명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매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한 꽃에 대한 애착이 남성들보다 남달랐을 것이고, 수렵 채집하는 수백만 년 동안 이어져 온 꽃에 대한 애착 유전자가 현재까지 이어져 여성들이 꽃을 좋아한다는 설이 있다. 

최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의 기원은 쥐라기 또는 그 이전이라는 식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있었다. 그게 쥐라기 시대이건 백악기 시대이건 2억 년 전이니 인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살아왔음에는 틀림이 없다. 

식탁 위에 놓은 꽃병과 고양이가 한폭의 그림과 같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뒷산 나무들이 겉씨식물에서 점점 속씨식물로 교체돼 가고 있는 모습을 오랜 시간 지켜보고 있노라면 스스로 변화해가는 모습에 놀라움을 느낀다. 바람에 의해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 소나무 같은 겉씨식물들보다 어찌 보면 더 불리해 보일 수도 있는 곤충이나 동물들에 의해 전달되는 그들의 관계로 인한 약진이 대단하다.

속씨식물은 유전자를 퍼트리려는 목적, 즉 열매를 맺어 대를 이어가려는 목적으로 자신에겐 전혀 필요 없는 꿀을 영혼(?)까지 끌어 모아 만들어 곤충을 유혹한다. 곤충은 꿀을 얻으면서 몸에 꽃가루를 묻히고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이를 다른 꽃에 날라다 준다. 꽃은 최대한 꽃가루를 많이 전달하기 위해 깊은 곳에 꿀을 숨기도록 진화했다. 모두 알고 있는 나비는 꿀을 더 쉽게 먹을 수 있도록 기다란 대롱을 갖도록 진화했다. 곤충에게는 필요 없을지 모를 꽃가루를 최대한 묻히게 하려는 꽃의 처절한 진화이다. 다윈은 마다가스카르에서 꿀샘의 깊이가 28cm인 난초를 발견하고 이 꿀을 먹을 수 있는 곤충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가 죽고 20년 후에 30cm가 넘는 대롱을 가진 박각시 나방을 발견한 것도 유명한 일화이다.

이러한 형태상 진화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의 꽃가루보다 접착력을 더 높여 기능상의 진화를 한 백합과 식물들이 있다. 그중 나리꽃은 수술이 유달리 튀어나와 한눈에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엉겅퀴는 꽃가루를 수술에 숨기고 있다가 곤충에 의한 자극이 생기면 수술 속에 있던 꽃가루가 솟아 나오는 구조로 돼 있다. 날을 바꿔 가며 하루는 암꽃을 피우고, 다음 날은 수꽃을 피우는 여름날 수련은 전략적인 진화를 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곤충과 식물과의 상생이라기보다 처절한 생존 게임이라고 칭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해서 다른 생물을 유혹하는 기술은 인간이 태초에 식물과 곤충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학습했을지도 모른다. 

화병에 꽂혀있는 백합 한 송이를 보며 꽃에 대한 욕망으로 추운날씨에도 꽃을 재배해 키워내는 인간의 집요함에 새삼스럽게 놀란다. 오랜 세월 느리게 진화했던 자연에, 인간의 개입으로 빨라진 변화속도를 자연은, 지구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송미란(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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