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지닌 맛과 향을 미세하게 분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후각과 미각, 그리고 촉각은 사람이 지닌 감각기관 중에서도 많은 경험과 기억력을 토대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노란색 공이 눈앞에 있다고 가정하자. 그 공이 눈앞에 있다면 눈은 노란색과 둥근 물체를 인지한 후 뇌에 전달해 노란색의 둥근 공이라는 결론에 곧바로 도달한다.

하지만 후각과 미각은 향과 맛을 감지했을 때 어디서 맡아본 냄새, 어디서 먹어본 맛에 대한 기억을 뇌 속에서 꺼내어 결론을 내기도 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면 풀지 못한 궁금증으로 남겨 두기도 한다. 커피를 마실 때 대부분 후각과 미각을 통해 커피가 지닌 맛과 향을 느낀다. 느낀 맛과 향에 대해 우리가 지닌 기억력 속에서 같거나 비슷했던 무언가를 찾아 떠올리려 한다. 느낀 맛과 향을 두고 과거 경험을 떠올리며 본인의 취향에 맞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렇게 커피가 가진 맛과 향을 미각과 후각을 통해 평가한다면 일반적으로 ‘좋다’와 ‘나쁘다’, 또는 ‘맛있다‘와 ‘맛없다’의 기준으로 나뉠 것이다. 결국 커피에 대한 평가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을 따로 두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에서만 커피를 대하며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을 ‘커피감정사’라고 부르며, 전문적인 커핑(Cupping)을 통해 한잔의 컵에 담긴 커피를 감별하는 사람들이다.

간혹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커피전문점 메뉴에는 하나의 품종(Single Origin)을 맛볼 수 있는 핸드 드립(정확한 명칭은 Manual Drip)이 있다. 메뉴를 자세히 보면 간혹 품종에 대한 소개와 그 밑에 커피의 특징이 적혀 있는 커핑 노트(Cupping Note)라는 내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과일이나 꽃에서 느낄 수 있는 향, 여러 느낌의 맛, 커피가 주는 무게감(바디감) 등의 내용이 있는데, 그 커피가 지닌 맛과 향에 대해 커피감정사가 느꼈던 특징을 서술해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커핑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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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핑은 Coffee+ing가 아니라 Cup+ing 이다. 앞서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커핑은 한잔에 담긴 커피를 하나의 샘플로 보고 이를 체계화된 기준에 의해 분석하고, 소통 및 평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를 감별하는 사람들을 커피감정사 또는 커퍼(Cupper)라고 한다. 커핑은 커피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왜 필요할까?

커핑을 하는 목적이자 쓰이는 활용은 대략적으로 첫 번째, 생두의 품질을 평가한다. 생두 품평회나 생두업체가 생두를 구매하기 위해 선택하기 위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원두에 대한 평가이다. 생두가 지닌 특징이 원두에 잘 반영됐는지 그 배전도와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커피의 특징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각기 다른 개성의 커피를 블랜딩(Blending) 해서 새로운 원두를 만든다던가, 특별한(Signature) 음료의 레시피를 개발할 때 좀 더 어울리는 커피를 미리 커핑을 통해 예상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커피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피의 품질 감별을 위한 커핑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를 소개하고 의견을 나누며 소통하며 커피의 선호도를 파악하는 데 있어 활용할 수 있다. 커핑은 모든 커피 전문가와 애호가를 위한 하나의 약속이자 통합된 언어라고도 할 수 있다. 커피를 하는 사람들은 언어는 달라도 정해진 프로토콜과 커핑에 쓰이는 용어로 표현한 커핑 폼(Form)은 또 하나의 언어로 커피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거나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들은 커피감정사로서 12년가량 커피의 매력에 대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왔다. 많은 종류의 커피를 접하면서, 우리가 느낀 맛있는 한 잔의 커피를 소개하고 싶었고, 그 커피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커피에 종사하고 있는 이유와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핑을 오랫동안 해오다 보니 깨닫게 된 점이 있다. 맛있는 커피란 결국 관능적 평가에서 통계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커피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셔보고, 그들 중 대부분이 맛있다고 한다면 그건 맛있는 커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또한 개개인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커핑이라는 것을 통해 조금이나마 커피의 맛을 세분화해 느껴 보고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고 커핑을 체계적인 조건 안에서 전문적으로 해보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커피를 마시는 방식의 변화와 분석하려는 노력만 있다면 독자 여러분도 커피감정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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