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달걀은 자주 먹는 음식이다. 식구 모두 입맛이 비슷해서 인지 다들 좋아한다. 한판이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동난다. 그렇다 보니 달걀 여분은 장보기를 결정하는 주요한 척도다. 지난달 즈음부터 식탁에 달걀이 오르지 않기에 물었더니 가격이 크게 올라 사는데 망설여진다는 말을 들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 재료값이 올라봐야 얼마나 올랐겠냐 싶지만 무시할 정도 수준을 넘었다. 사라졌던 달걀이 다시 모습을 보인 것은 2월 들어서다. 색깔이 바뀌었다. ‘군계란’이다. 이왕 비슷한 가격인거 맛있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구입했단다. 

코로나19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곳곳에서 긴 한숨 소리가 이어진다. 전염병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서민들이 너무 많다. 달걀 가격이 오른 이유는 분명하다. 코로나19로 언론 노출이 확 줄었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인체 감염증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살처분이 공급부족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주머니 형편이 괜찮으면 폭등한 가격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코로나19가 일상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시대다. 서민 호주머니는 지난 1년간 너무나 탈탈 털렸다. 달걀 값이 부담스러운게 현실인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여름 최장 장마가 남긴 상처는 과일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소비자는 지금껏 과일 구입에 부담을 느낀다. 올해는 겨울도 가혹하다. 평년보다 발길이 잦은 ‘설객’과 뼈까지 파고 드는 ‘한파’는 채소 재배에도 영향을 줬다.  

4개월 여전 추석을 앞두고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찾았다. 평소 자주 찾던 식당에서도 여러 사람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설 명절을 일주일 여 앞두고 만난 이들에게 명절 풍요는 찾기 힘들었다. 굳이 표현하진 않았지만 속내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등굣길이 막힌 학생들은 좁은 공간에서 하루 일상을 시작하고 마무리 한다. 학교 운동장이 그리워 자칫 뛰기라도 하면 부모 호통이 여지없이 흘러나온다. 어깃장을 부려보지만 아무 소용없다.    

사면초가란 말이 있다. 흔히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된 상태를 말한다. 진퇴양난이라는 말도 있다.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빠지지도 못하는 난감한 입장을 의미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대다수 서민 처지가 아닐까. ‘내 코가 석자’란 속담까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달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11월이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11월은 고사하고 당장 내일조차 잘 보이지 않는것이 현실이다. 설 명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가족 안부 묻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명확히 정할 수는 없지만 곧 진정한 일상이 찾아온다. 방학을 마친 아이들은 등교를 할 것이며, 이에 맞춰 부모님들은 경제활동을, 사회활동을 또 집안활동을 차근차근 해 나갈 것이다. 1년간 움츠렸던 많은 것들을 다시금 태동시킬 것이다. 

백군기 시장이 이달 초 밝힌 신년브리핑 내용을 꼼꼼하게 보니 ‘코로나19 종식과 동시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개최하고’란 내용이 있다. 

그때 우리 이웃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수고하셨습니다’, ‘반갑습니다. 그간 보고 싶었습니다’ 아닐까.  

백신 접종과 상관없이 우리 사회는 이제 전염병 종식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때까지 다시 위로가 필요하다. 1년간 아니 아직 질기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현실 깊이 파고든 것은 한파보다 더 차가운 외로움이었고, 달걀 값조차 부담스러운 일상을 버티기 힘든 처절함이었다. 여기에 억수같이 내린 장맛비 같은 한탄이었다. 운동장에서 또래 아이들과 뛰어 노는 것이 본능이자 사회적 역할인 아이들 일상에는 어울리지 않게 스트레스가 가득했다. 

외로움도 처절함도 야속한 현실에 대한 한탄을 뒤로 하고 2021년 봄은 서로 위로의 말을 건네며 맞길 기대해본다.        
“많이 힘드시죠. 이제 조금만 더 견딥시다. 용인시민들 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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