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용인시 수지구보건소가 모자보건사업 일환으로 임산부에게 나눠준 엽산·철분제 등 영양제 지급 봉투에 적힌 문구로 한바탕 시끌했다.

한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니 수지구보건소가 제공한 영양제 봉투에 “스승님의 십년 가르치심은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만 못하고, 어머니의 열달기르심은 아버지의 하루 낳아주심만 못하다”란 글귀를 두고 한 맘 카페에서 시대착오적이라며 올린 시진 한장이 발단이 된 모양이다.

이글은 이사주당이 쓴 태교신기란 책 1장 제 2절에 나오는 내용이다. 수지보건소가 이 글을 올린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그럼에도 태교의 중요성을 표현하는 그 많은 문구를 두고 왜 이 글을 인용했을까.

이를 위해 시간을 조금 돌려 보자. 정찬민 전임 시장 임기 당시 용인시는 그냥 용인시가 아니었다. 도농복합도시를 상상할 수 있겠지만 그 외도 여성친화도시에 아동친화도시 고령친화도시까지 그랜드슬램 달성을 추진했다. 더해 ‘명품태교도시’로 꺼내 들었다.

시의 태교도시 이면에 조선후기 여성 실학자 이사주당이 있었다. 보건소가 나눠 준 봉투에 쓰인 글귀가 담겼던 태교신기 지은이다. 세계최초의 태교전문서로 알려져 있다. 용인시 모현면에는 그의 묘소가 있으며 용인에서 집필했다는 말도 있다. 그러니 용인시가 태교도시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적극이용한 것이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그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가고 있던 태교도시 용인이 다시 소환됐다. 태교도시만이 아니라 여성친화도시까지 더해졌다.

시는 2015년 이후 태교도시와 관련해 시민지원단까지 발대해 사업을 이어갔다. 시는 이번 직원실수(?)를 파생시킨 비닐봉투도 2017년 ‘민선 6기’ 모자보건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명토 박았다.

여기에 더해 시는 보도자료 말미에 “문맥의 흐름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있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다만, 태교신기 속에 담긴 글의 본래 취지와 뜻에 대해서는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민선 7기’에서는 시민 여러분의 감성까지 헤아리는 정책실현을 위해 모든 사업에 더욱 세심하고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덧붙였다.

행간이라는 말이 있다. 글의 줄과 줄 사이를 말하지만 글에 숨겨진 뜻을 의미한다. 용인시 보도자료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봉투를 제작한 시기를 굳이 ‘민선 6기’라고 적시하고 뒤 이어 ‘민선 7기’로 시작하는 문장에는 여러분의 감성까지 헤아리는 정책실현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민선 6기와 7기의 다름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자칫 전임 시장이 추진 해온 사업에 대한 자기부정을 뉘앙스를 넘어 태교도시 자체를 거부하는 듯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태교도시는 젊은 세대가 만족하고 정착할 수 있는 도시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추진 당시부터 생뚱맞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취지를 떠나 저 출산 시대 아이와 함께 행복한 도시가 된다면 발악하며 반대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사회적 필요요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 출산 시대에 민선 6기에 시작한 태교도시 사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른 방법으로 설명할 방법을 민선 7기는 검토해봐야 할 듯 보인다.

시는 이번 사단 발원으로 직원실수라고 밝혔다. 사실유무를 떠나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이때 즐겨 사용하는 말이 “꼬리 자르기”다. 물론 수지구보건소가 직원 실수로 꼬리 자르기를 했단 소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여러 상황이 오버랩 되며 속 시원한 해명으로 들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꼭 민선 6기때 시민의 감성을 헤아리지 않고 만든 봉투를 직원이 재고 정리 과정에서 실수로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하기 위해 보도자료까지 내야 했는지 말이다. 만약에 이번에 이에 대한 문제 지적이 없었다면 그 직원에게 재고활용을 잘했다고 최소한의 칭찬은 해줬을까.

더해 시가 밝혔던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문구라는 것은 제작 당시에도 인지했을 법한데 그때 전량 폐기 하지않고 나뒀다 왜 그 직원이 실수를 유발하게 만든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든다. 참 많이 급했던 모양이다. 너무 궁색하다.

마지막으로 여성친화도시에 대해서도 언급해볼까 한다. 이 부분은 작금의 시대에 너무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짧게 언급하고 마무리해야겠다. 논란이 된 해당 문구는 ‘임신 과정에 있어 아버지의 정결한 몸과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앞뒤 설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만 읽으면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해는 오해일 뿐이다.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하는 용인시가 챙겨야 할 또 하나는 그런 오해가 없는 용인시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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