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겨울 숲에서 아이들이 만들었던 까치둥지와 스트로브잣나무 솔방울을 이용해 만든 새먹이(오른쪽 위)

겨울이 되어 잎이 떨어진 나무는 나뭇잎에 가려 꼭꼭 숨어 있던 비밀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산책 다니느라 그렇게 많이 오간 높은 참나무 꼭대기에 말벌이 아주 커다란 집을 지어 놓았다. 가는 나뭇가지 사이로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가 꼭꼭 숨어 있었다. 조금 더 높은 가지에는 비둘기가 얼기설기 지어 놓은 둥지도 보였다. 비닐과 노끈으로 된 집은 누구 둥지일까? 박샐까? 잠시 고민해봤다. 가장 잘 보이는 둥지는 까치둥지였다.

까치는 큰 나무 위에 마른 가지를 모아 집을 짓는다. 해마다 같은 둥지를 수리해서 쓰기 때문에 점점 커진다. 우리 눈에는 어설퍼 보이지만 한겨울 세찬 바람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게 짓는다. 암수 함께 한겨울부터 집을 짓기 시작하면 한 달이나 걸려 집을 완성할 수 있다. 까지 둥지가 얼마나 크냐 하면 둥지 하나를 헐면 가마솥에 밥을 지을 수 있다는 말이 전해진다.

아이들과 겨울 숲을 다니며 까치집을 찾았다. 까치는 우리 주변에 많이 살고 있어 숲속 깊이 들어가면 까치집을 발견하기가 힘들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곳에서 까치둥지를 찾아야 한다. 망원경으로 들여다 본 까치둥지는 수없이 많은 나뭇가지로 돼 있었다. 입으로 하나하나 물어왔을 까치가 참 대단했다. 관찰이 끝나면 까치에 대해 잠시 공부했다. 항상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텃새이고, 기억력이 좋아 마을 사람들을 기억하기 때문에 낯선 사람이 오면 ‘깍 깍 깍’ 소리를 내며 다른 새들보다 일찍 둥지를 만들고 산란도 빨리 한다.
 

까치둥지와 까치

“자 그럼 다 같이 까치가 되어 둥지를 만들어 볼까? 엄마 새, 아빠 새가 되어 나무 위에 집을 짓는 거야.” 아이들은 둥지를 지을 나무를 선택했다. 어디가 좋을까? 나무를 잘못 고르면 둥지가 중간에 무너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둥지를 지을 나무가 정해지면 아이들은 굵은 나뭇가지를 주워와 뼈대를 만들었다.

쉽지 않았다. 둥지를 지을 나무의 생김새를 이용해 무너지지 않는 둥지를 만들어야 하니. 뼈대를 만들 후 아이들은 다시 그보다 더 가는 나뭇가지로 둥지를 만들기시작했다. 한참을 해야 둥지의 겉모습이 완성된다. 도중에 한두 번은 집이 무너진다. 그렇기에 더 소중하다.

이제 안쪽을 꾸밀 차례다. 나무껍질을 가져오고 이끼를 구해와 낙엽을 깔아 쿠션을 만들어 줬다. 까치가 알을 낳을 때 아프지 않게 말이다. 태어날 새끼를 위한 공간도 만들었다. 나뭇가지에 털실을 묶어 그네도 만들어 주고, 커다란 나뭇가지를 주워와 미끄럼틀을 만들기도 한다. 진심을 담아 그 속에 새들이 먹을 쌀과 콩을 소복이 담아 뒀다. 아이들의 소망은 한결같다.

다음 달에도 자신들의 까치둥지가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길 바란다. 겨울은 새들에게 잔혹한 계절이다. 눈이라도 오면 더 그렇다. 우리는 새들이 겨울을 무사히 잘 보낼 수 있도록 새총으로 새들에게 먹이를 무한정 날려 줬다. 누가 더 멀리 날려 보내는지 누가 저 나무에 달린 잎을 맞추는지 내기를 하는 것은 덤이다.

신나게 새들에게 먹이를 날려 주고 다음 달까지 둥지가 바람과 눈을 견뎌 무사하길 바라며 숲을 내려왔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다시 아이들과 즐겁게 숲에서 만날 수 있기를 지나간 사진에서 추억 한 자락을 끄집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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