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처인구 마평동 용인종합운동장을 공원으로 조성하려는 용인시 계획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지역 정치권은 물론 처인구 주민들은 두 편으로 갈라져 찬반 논쟁이 뜨겁다. 시는 공원 조성계획을 놓고 이렇게 뜨겁게 논쟁하리라고 생각했을까? 그런데 내용은 둘째 치고 전개되는 양상이나 나오는 목소리를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모’ 아니면 ‘도’식이다. ‘공원’ 아니면 ‘터미널’ 뿐이다. 

심지어 터미널이전추진위원회는 정찬민 국회의원 사무소가 있는 건물 외벽에 ‘금싸라기땅 종합운동장에 공원조성 웬말이냐! 처인구민 절대 찬성하는 버스터미널 이전하라!’는 현수막을 걸어 놓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를 비롯한 진보진영 시민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가칭 용인 센트럴파크’ 공원사업 지지 입장을 밝혔다. 한 참여단체 관계자는 종합운동장 공원화 계획이 “용인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난개발이라는 오명을 벗을 좋은 기회”라고 주장했다. 

공원 조성 반대 측에선 “처인구의 미래와 운명을 처인구 주민이 아닌 왜 시민단체가 결정하려고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공원 찬성 주민들은 “비싼 땅에 공원을 왜 조성하면 안 되느냐고, 어떻게 주거지역이 터미널 적지냐”고 항변한다. 찬·반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처럼 양극단으로 치닫는 대립과 갈등이 용인시 발전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이 시점에서 감정이 아닌 이성적 판단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한다. 양극화 현상은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끼리만 소통하다 보면 그 생각이 전체 의견이라고 착각한다. 혹자는 같은 당원끼리 소통하는 정치인들은 마치 자신들의 생각이 국민의 뜻이라고 착각하며 산다고 꼬집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주로 자신과 친구 관계를 맺고 있는 지지자들과 소통한다. 이 곳에선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들(혹은 지지자)의 의사나 지지가 시민의 뜻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도시와 건축을 연구하는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자신과 조금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맹공을 퍼붓고, 이런 폭력적 행위는 생각의 다양성을 죽이고 양극화 현상을 만든다”고 자신의 저서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지적했다. 백군기 시장과 정찬민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정책에는 ‘공감’이 있어야 한다. 시민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무시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려 해선 더욱 안 된다. 정책이나 행정행위가 ‘모’ 아니면 ‘도’식 이어선 곤란하다. 정책에 이데올로기나 진영논리가 개입하는 순간 자칫 ‘행정’은 ‘정치’로 변질될 수 있다. 선거에서 51%로 당선됐다고 해서 51%만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시장이라는 자리는 어려운 거다. 

천혜의 자원인 경안천과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하고 있는 경전철역을 낀 주거지역에 150억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얼마나 치밀하게 계획했는지 모르지만, 1년 안에 또는 임기 안에 폼 나는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존이 ‘절대선’이나 ‘정의’가 아니듯이 개발이 ‘절대악’이나 ‘불의’는 아니다. 종합운동장 땅이 터미널 이전 적지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고 도심 공원 하나 조성했다고 난개발 오명을 벗는 것 또한 아니다.  다만, 뉴노멀시대를 말하는 지금은 도시 확장정책을 접는 게 필요할 때다. 도시 확장이나 성장이 아닌 정리하고 치유하고, 자족도시와 생활권도시를 만드는 게 중요한 시기다. 

유현준 교수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차 타고 한 시간 가야 하는 1만평짜리 공원보다 한 걸음 앞에 손바닥만 한 마당이나 열 걸음 걸어서 있는 운치 있는 골목길이 더 좋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강북 달동네로, 유럽의 골목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공원을 찬성하는 측이건, 터미널 이전을 지지하는 측에게 제안한다. 어떤 도시를 만들려고 하는가. 어떤 도시에서 살고 싶어 하는가. 어떤 도시가 살기 좋은가, 무엇이 매력적인 도시를 만드는 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다시 출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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