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니엘 메이어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논어의 위정편(爲政篇)을 보면 ‘나이 60세가 되니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게 되고, 듣는 대로 모두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는 구절이 있어요. 육순을 달리 부르는 이순(耳順)이 거기에서 왔다지요. 나이 육십. 현재를 사는 현대인들의 육십은 과연 그럴까요? 아직 할 것이 태산 같고, 배울 것도 동해바다 같이 깊고 넓은데 말이지요. 그 나이가 되면 고령자로 분류돼 다니던 직장에서도 은퇴해야 하고, 사회적·행정적으로도 슬슬 노인 취급을 당하게 되니 정말 부아가 치미는 일이지요. 요즘은 다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뒷짐 지고 물러서기에는 너무 아까운 나이 아닌가요?

필자 주변에도 이순의 그림자가 드리운 이들이 꽤 있어서 가끔 함께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은퇴 후 여가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가 들리곤 해요.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나이 서른까지는 자기 능력이 아니라 부모의 덕으로 살아가게 되는 게 당연한 일일 테고, 그 후에 겨우 자기 의지대로 자기 힘으로 산 게 30년 나이 육십인 건데, 그러면 인생의 30%밖에 자기 힘으로 생산적 삶을 산 거로 되지 않느냐. 그런데 여기서 은퇴하면서 나머지 40년을 그냥 소비한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이냐. 때문에 나이 육십은 뒤로 물러설 때가 아니라 김광석의 노랫말대로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를 외치며 실천할 때다” 라고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젊은 날 꾸었던 꿈이 있었겠지요. 중에는 꾸었던 꿈대로 살아가는 이도 있겠지만, 대부분 꿈은 말 그대로의 꿈으로 그쳐 버렸을 수 있었을 거예요. 여기서 하나만 묻겠습니다. ‘혹시 자기가 어린 시절에 꾸었던 꿈을, 전혀 다른 인생을 살다가 와서 나이 육십에 다시 시작할 수 있겠어요?’ 라고요. 아마도 이 물음 자체가 많이 답답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있어요. 열여덟 나이에 음악계로 뛰어들어 화려한 활동을 하다가 스물셋에 그 생활을 버리고 세상에서 멀어졌지요. 그리고선 나이 육십에 화려하게 복귀한 그런 가수. 바로 나다니엘 메이어라는 사람입니다. 생소하지요? 하기야 필자가 소개하는 가수나 그룹 대부분이 대중적인 그룹에서 약간 떨어져 있기에 처음 들어본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다니엘 메이어는 ‘미시간 록앤롤 레전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명예를 가진 이랍니다.

‘Village of Love’라는 곡은 올드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추억의 노래입니다. 열여덟의 나다니엘이 불렀던 곡이에요. 미국 디트로이트 1960년대 초는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음반 산업도 활발한 시기였어요. 가장 대표적인 주자가 저 유명한 ‘모타운 레코드사’였어요. 그 외에 모타운레코드사를 흉내 내며 음반사업을 하던 구멍가게 규모의 수많은 영세 음반사들이 있었어요. 그중 한 음반사가 나다니엘의 음반을 만들어 냈던 거지요. 그 곡이 일약 빌보드차트에 올라서는 히트를 기록하게 되니까 전 직원이 두 명밖에 없던 음반사는 대박이 터진 거였어요. 근근이 하루하루를 이어가던 회사는 하루아침에 목돈이 쏟아져 들어오게 되니까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는 푼돈이나 던져주고, 자신들은 호의호식 일삼으며 방탕하게 보냈던 모양이에요. 참다못해 폭발해버린 젊은 혈기의 나다나엘은 이따위 말도 안 되는 생활은 때려치우겠다고 하고서 종적을 감춰버렸어요. 

그리고선 장장 36년이 흘렀습니다. 말이 36년이지 이쯤 되면 강산도 4번 정도 바뀌는 시간 아니겠어요? 데뷔 당시 슈퍼급 히트 메이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중적인 인기를 꽤 얻고 있던 가수인데 36년간이나 소식을 끊어버리고 있다 보니 별별 이상한 소문이 다 돌았어요. 왜 우리나라도 나훈아씨가 대중 앞에 한동안 나서지 않고 있다 보니 별 해괴한 소문이 나돌았었잖아요. 딱 그 꼴이지요. 하지만 그가 직접 밝히기론 거의 36년 동안 노숙자나 마찬가지 생활을 했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2002년에 한 공연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당연히 그가 누군지 모르는 새로운 세대의 관중이 대부분인 그런 무대에 말이지요. 36년 만에 무대에 선 그의 모습을 그려보세요. 얼마나 떨림이 있었겠어요. 달달한 미성이 적절하게 조화롭던 목소리는 세월의 무게가 묻어 있는 거친 울림의 소리로 바뀌어 있었지요. 마치 젊은 시절의 로드 스튜어트 목소리 같이 말이지요. 그렇게 여느 가수들보다 활기 넘치는 보컬 스타일과 야성적인 무대 매너를 보여주며 새로운 세대의 팬들을 만들면서 나이 60에 다시 출발한 그는 그야말로 활화산이었습니다. 불과 6년 동안이었지만요. 6년 동안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불꽃같은 인생을 보내던 그는 뇌졸중으로 그만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는 평생 딱 네 장의 앨범을 발표했는데, 이번에 들려드릴 음악은 40여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앨범에 들어있는 곡이에요. 활기찹니다. 제목은 그동안의 자신의 신세를 말하려 했는지 ‘만족스러운 바보’네요. 참 매력적인 곡입니다.

* 나다니엘 메이어의 ‘Satisfied Fool’ 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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