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의 교과서 <원각경> 등 문화재 보유
용인 유일 부처님 진신사리 봉안 치유 도량

석성산 동쪽 기슭에 고즈넉히 자리 잡고 있는 백령사 전경. 공양간과 종무소가 있는 요시체 뒤로 보이는 전각이 적멸고궁이다.

용인의 주봉이자 진산인 석성산.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석성산 동녘 기슭에 우리나라 보물을 품고 있는 사찰이 있다. 용인에서 유일하게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백령사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의 등산객이 오르내리다보니 불교 신도가 아니어도 ‘백령사’ 이름 석자 정도는 알고 있을 터. 

석성산은 어떤 곳인가. 용인 명산 석성산은 용인 제일의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자랑한다. 용인시가 선정한 ‘용인 8경’ 중 성산일출을 제1경으로 꼽았을 정도다. 백령사 주지 돈각 스님은 “성산일출을 첫째로 꼽은 까닭은 석성산 정상에서 마주하는 아침의 장쾌한 느낌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명산에 자리한 백령사에 국가 지정 보물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그것도 선종 계열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경전인 <대방광원각수다랑요의경 권1>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원각경’으로 더 잘 알려진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은 고려시대 지눌국사가 깊이 신봉해 ‘요의경’이라고 한 뒤 크게 유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불교 수행의 길잡이 구실을 하는 이 경전은 고려 우왕 때인 1380년에 간행된 희귀한 판본으로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호국의 성지 백령사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적멸보궁

백령사의 역사는 조선 중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석성산성 초개군영 터에 자리 잡은 사찰이 백령사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외적을 막은 산성으로 기록된 석성산성 대문이던 동문 앞, 보급창고 터가 호국성지 백령사가 있는 곳이라는 게 돈각 스님의 설명이다.

예로부터 보개산, 성산 등으로 불린 석성산은 삼국시대 이래로 숱한 전쟁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백령사를 비롯한 산성 내 사찰은 ‘보국안민’의 기치 아래 생사고락을 같이 한 수많은 병사들의 죽음과 아픔, 상처를 치유하는 호국도량 역할을 했다. 죽어간 이들의 영혼을 보듬고, 전쟁 트라우마를 치유하며 상흔을 보듬은 호국성지로 불린 이유다. ‘100가지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절’이란 뜻을 지닌 백령사와 맞닿아 있는 듯하다.

삼국시대 이래 호국성지였던 백령사는 한 차례 변화를 겪는다. 이른자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조선과 근대에 이르기까지 사찰의 고유 기능보다, 사대부들의 태평성대를 기원하거나 기우제를 위한 제사를 모시는 제사 등으로 활용됐다. 19세기 이후에는 유교적 풍토에 따라 보국을 염원하는 사찰의 역할이 더 커졌다.

문화재를 품고 있는 전통사찰
천년고적 석성산이기에 어쩌면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312호 <지장보살본원경> 상·중·하권(3권1책)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2017년 6월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이 책은 산 자와 죽은 자를 위무하기 위한 불교 경전이자 호국 성전이다. 당시 경기도문화재위원회는 백령사가 소장한 <지장보살본원경>과 <묘법연화경>에 대해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연대가 정확해 문화재적 가치를 높다고 평가했다. 극락왕생의 공덕을 기원해 온 백령사가 지장보살과 호국성지로서 위상과 자격을 얻고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백령사는 1910년대에 규모를 갖춘 사찰로 다시 개창됐다. 2003년에 편찬한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는 ‘일제강점기 때 석성산의 금수사가 폐사되었다. 일제의 통감부가 1910년에 석성산의 명칭을 확정했던 시기에 백령사가 복구되었다’고 기록했다. 

11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백령사는 1970년대 극락전 등을, 1980년에 약사전을 거립해 죽은 자들의 상흔을 치유하는 호국 지장도량 역할을 했다. 현 돈각 스님이 주지로 오면서 2018년 5월 산신각을 신축, 매년 ‘진달래 산성 축제’와 시산제를 열며 용인의 안녕과 국가의 평안을 염원하고 있다.

100가지 행복과 안녕 기원

적멸보궁 본전 내부 중앙이 자리한 진신사리탑

백령사에는 또다른 보물 세 가지가 있다. 제불보살을 모신 사찰로, 불교 경전과 그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는 스님이다. 이를 기반으로 국민과 시민, 불자들에게 ‘100가지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절’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2012년 11월에는 충북 단양 반곡사(주지 묘허스님)에서 부처님 진신사리 16과를 옮겨 봉안하며, 부처님이 계시는 ‘적멸보궁’의 사격을 갖췄다. 당시 사찰 이름을 ‘100가지 평안을 이루는 사찰’이라는 백령사(百寧寺) 로 고치고 중창불사를 모두 마쳤다.

실천 수행체계를 정연하게 갖추고 있는 <원각경>, 지장보살의 원력으로 극락왕생을 이끄는 <지장경>, 청정한 불국토를 이루기 위해 힘쓰는 제불보살의 세계를 제시하는 <법화경> 등 보물과 도문화재를 품고 있는 백령사는 용인의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이기도 하다.

호국 지장도량으로 석성산 동녘에 자리한 백령사는 용인의 역사문화공간이자 마음 치유의 명찰로, 또 새로운 힐링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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