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포함된 세계보건기구 WHO 로고

중국 신화시대 삼황 오제중 하나인 여와와 복희는 인류를 창조하고 지혜를 가르쳐 준 신으로 묘사되고 있다. 여와(女媧)라는 이름처럼 여신으로 묘사된다. <회남자>에 의하면 하늘을 받치는 기둥 4개가 부러지면서 재난이 발생하자 여와가 하늘 구멍을 메워 수리했다고 한다. 홍수로 모든 것이 사라지자 흙을 이용해 각종 동물과 인간을 만들어 냈다. 태호 복희씨는 인간에게 지혜를 전달할 수 있는 문자를 알려줬다고 전한다. 복희의 문자방법은 끈을 묶어서 기호로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끈을 활용한 상징적 체계는 세 개를 조합해 8가지 기호로 세상을 묘사하는 8괘로 이어졌고, 이는 주역의 기본 개념이 됐다. 그런데 여와와 복희는 상반신은 인간이지만, 하반신은 뱀의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두 신은 함께 꼬여 있는 형태로 많이 묘사되고 있다. 

동양권에서 뱀은 신의 한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해 여섯 번째 12지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생활하는 동안 뱀과 마주치면서 물리게 되는 경우도 발생했고, 심한 경우 독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동의보감>에도 뱀에 물렸을 때 치료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비소가 포함된 웅황이라는 한약재를 사용하거나 백반, 감초가루나 상추 잎을 환부에 바르게 하는 방법이 기술돼 있다. 지네가 뱀의 독보다 강하다는 믿음으로 지네가루를 사용하라는 내용도 있다. 뱀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 대증 치료로 효과를 본 내용들이 기술된 것이다.

동한시대의 의서인 <신농본초경>은 뱀을 약의 재료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유연하고 잘 움직이는 뱀은 중풍과 같은 마비성 질환을 개선시킬 것이라는 믿음으로 활용되기도 했고, 일부에서는 보양식으로 생각해 최근에도 뱀탕이나 뱀술 등이 알려져 있다. 뱀독에는 다양한 성분들이 함유돼 있기에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한 후 사용해야 한다. 특히 일부에서 약침이라는 이름으로 환자들에게 투여되고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ACE2와 결합해 인체에 침투하는 모식도. 출처 ; juanscience photk library

서구 신화 중 뱀과 관련한 유명한 것 하나가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다. 아스클레피오스가 환자를 치료하던 중 방안으로 들어온 뱀을 보고 놀라서 죽이자 다른 뱀이 풀잎 하나를 물고와 살려냈다. 죽은 생물을 살려내는 신기한 효능을 가진 약초를 뱀이 가지고 온 것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뱀이 가지고 왔던 약초를 환자에게 투여했는데, 그 결과 놀랍게도 회복됐다. 환자를 구하는데 도움을 준 감사의 의미로 아스클레피오스는 자신의 지팡이에 뱀을 휘감게 했다고 한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의료계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활용되고 있다.

독을 가진 뱀은 위험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치료제로 생각하기도 했다. 로마시대에는 상처가 난 곳에 뱀독이 포함된 약초를 발라 치료한다는 기록이 있고, 다른 동물이나 식물 독에 노출됐을 때 해독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독을 독으로 치료한다는 개념이다. 뱀독을 포함한 약초 혼합물은 중세시대까지 만병통치약처럼 취급되기도 했다. 뱀독은 다양한 단백질과 아미노산 중합체들이 혼합된 물질인데 이런 성분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은 나폴레옹의 조카인 찰스 보나파르트였다.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이 패배한 뒤 그의 일가는 몰락했는데, 동생인 뤼시앙은 나폴레옹과 정치적 견해가 달랐기에 오히려 무사할 수 있었다. 뤼시앙의 아들인 찰스는 과학자로 많은 활동을 했다. 1843년 파충류를 연구하던 중 뱀독이 단백질들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뱀의 독소들은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데 혈액의 응고 작용을 방해해서 출혈이 지속되도록 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에서는 신경 부분이 작용해서 마비 증상을 유발시키는 것들이 있다. 다양한 뱀독 성분이 분석되면서 각 성분을 추출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1934년 영국의 한 의사는 뇌전증으로 팔다리를 조절할 수 없는 환자에게 치명적이지 않은 뱀의 독소를 투여해 성공적으로 호전시켰다. 일부 의사들은 뱀독 성분이 마취와 진통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 미국이나 아시아와 달리 뱀을 충분하게 확보할 수 없었기에 후속 연구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에서 면허를 갓 취득한 서른 살의 젊은 의사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으로 유학을 가게 됐다. 세르지오 페레리라라는 젊은 의사는 브라질에서 흔한 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브라질 독사 추출물이 혈압을 낮추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정확하게 어떤 부분에 작용 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페레리라는 브라질에서 독사 추출물을 가지고 영국에 갔다. 이 사실을 안 존 베인 교수는 함께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결과 브라질 뱀독은 혈압 상승 인자를 활성화시키는 효소를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혈압을 올려주는 물질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스위치 작동을 방해한 것이다. 혈압상승 전환효소(ACE) 즉,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로 불리게 됐다. 제약회사들은 브라질 독사 추출물을 활용해 새로운 고혈압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1981년 캅토프릴이라는 혈압약이 소개됐고, 이 약품은 신장과 심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발견돼 현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 안지오텐신 전환효소를 연구하던 한 과학자는 구조가 비슷하면서 전혀 성격이 다른 물질을 발견했다. 두 번째 물질은 혈압 상승인자를 분해해 오히려 혈압을 낮췄다. 제2형 안지오텐신 전환효소라고 불리는 이 물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던 중 2010년 ‘중증호흡곤란증후군’ 즉, 사스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혈압과 관련한 인자가 엉뚱하게 바이러스와 관련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인 사스 바이러스는 이 효소가 많을수록 몸속에 더 쉽게 침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역시 동일한 성격을 가졌다. 다행히 기존에 사용되던 혈압약은 코로나19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최근에는 제2형 안지오텐신 전환효소와 유사한 물질을 만들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기 전에 막는 방안이 치료법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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