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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방의 감초와 만병통치약 스테로이드

기사승인 2020.07.06  1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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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있다. 한약재 중 사용 빈도가 높다는 뜻이다. 감초는 콩과의 나무뿌리다. 당나라 시대 손사막의 <향약구급방>에는 술독(술병), 고기를 먹고 생긴 중독, 식중독에 사용하는 약재로 소개되고 있다. 감초는 중국 북동부와 시베리아, 몽골에서 재배되는 약재로 <상한론>에 목이 아픈 환자에게 감초를 사용한 처방이 보인다. 목이 아픈 것뿐 아니라 복통 등 다양한 증상에 감초를 사용하고 있다. 

정작 한반도에는 감초가 재배되지 않았다. 삼국시대에서 고려시대까지 감초는 중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는 귀중한 약재였다. 국내 최초로 감초가 재배된 기록은 1411년 태종 11년, 개성의 관리 이문화가 화분에 심어 재배에 성공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문화의 재배는 이어지지 못했다. 세종 즉위 이후 일본을 통해 많은 감초가 수입됐는데, 1448년 세종 30년에 전라도와 함길도 감사에게 왜인이 헌납한 감초를 재배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전라도 나주, 진도, 광양에서 재배를 시도했으나, 나주와 진도는 성공한 반면 광양은 실패했다. 세종은 감초 재배 관리를 열심히 하지 않은 광양현령을 처벌하기도 했다. 세종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성종 시대에는 감초 재배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어 여러 지방으로 확산됐다. 

감초는 글리시리진 성분이 체내에 흡수되면서 우리 몸의 스테로이드 분해를 저해해 일시적으로 혈중 스테로이드를 증가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스테로이드는 여러 부작용으로 유명하지만 각종 질환의 치료제로 널리 사용된다. 스테로이드는 그리스어로 딱딱하다는 의미의 스테로스(Steros)에서 나온 단어이다. 몸에서 단단한 것 같은 물질이라는 뜻이다. 

1899년 프랑스의 브라운 세커드라는 과학자가 동물 고환 추출물을 주사하면 젊은 사람처럼 활력이 생기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 당시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추출물에 함유된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이후 내분비 기관에서 각종 호르몬을 추출하려는 시도가 이어졌고 갑상선 호르몬, 인슐린 등이 추출되기 시작했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신장 위에 위치한 작은 부신이라는 장기에서 분비되고 있었다.

1896년 오슬러 경이 돼지 부신에서 추출한 액체를 환자에게 주입해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부족해 어려움에 겪던 환자 증상을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오슬러 경의 방법은 문제가 있었다. 부신에는 스테로이드 호르몬뿐 아니라 아드레날린 등 다른 호르몬이 동시에 분비돼 단순한 추출물로는 안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부신에서는 표피 부위와 속 안쪽에서 서로 다른 호르몬이 생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표피 부위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은 껍질이라는 의미인 ‘코르틴’이라는 이름이 사용됐다. 속 안쪽에서는 혈압을 올리는 아드레날린이 생성되고 있었다. 순수한 표피 부위에 호르몬을 추출하기 위해 아드레날린을 제거해야 했다. 1930년대 미국 프린스턴 대학 연구팀이 표피 부위에서 코르틴 추출에 성공했다. 추출된 코르틴은 메이요 클리닉에서 환자들에게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완벽한 순수 물질이 아닌 관계로 한계가 있었다. 

더구나 동물의 부신을 원료로 추출해야 하는데, 1000kg의 소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은 겨우 1kg이었다. 이중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25g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코르틴 단일 성분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서로 다른 성분이었던 것이다. 얼핏 같은 효과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분명히 다른 물질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하나하나 분리하는 고된 작업이 이어졌다. 새로운 성분이 확인될 때마다 영어 알파벳 순서대로 A, B, C 등의 이름이 붙여지기 시작했다. 이런 화합물들은 생물의 부신에서 추출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섰다.

1948년 머크사는 황소의 담즙을 36개의 화학공정을 거쳐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동물 원료로 합성된 스테로이드 가격은 1948년 1그램 당 200달러에 이르렀다. 현재 환산가치로 2196달러(약 260만원)나 되는 비싼 가격이었다. 머크사는 멕시코 참마, 고구마 등과 같은 식물성 원료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특히 1952년 제약회사 업존의 피터슨과 머레이는 곰팡이에서 스테로이드 합성 방법을 개발했는데, 이 방법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그 결과 1그램에 400원 정도밖에 안 하는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될 수 있게 됐다.

스테로이드는 약방의 감초처럼 감기부터 악성종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분에 활용됐다. 그러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부작용도 발견됐다. 외부에서 투여된 호르몬은 내부의 정상적인 활동에 장애를 주며, 장기간 사용 땐 당뇨, 고혈압 등 각종 부작용을 유발했다. 최근 스테로이드가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영국의 연구 결과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는 부작용도 크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원장) webmaster@yongin21.co.kr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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