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가 최근 3곳의 보호수 주변에 마을 쉼터를 조성했다.(사진은 처인구 원삼면 맹리 쉼터 모습)

# 보호수를 아시나요?
전남 담양에는 전국에서도 유명한 조성된 숲이 있다. ‘관방제림’이라 불린다.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된 숲은 1648년에 심어졌다고 한다. 380여 년 전이다. 용인에는 어떤 보호수와 마을 숲이 있을까. 용인시가 관리하는 <보호수 지정 현황>에 의하면 500년 이상된 것이 15곳에 이른다. 기흥구 서천동 소재 향나무(530년), 기흥구 보라동 느티나무 (600년), 수지구 상현동 심곡서원 느티나무(500년) 등인데 특히 처인구 남사면 완장리 중동마을 보호수(경기-용인-86)는 무려 800년 이상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은  그 외 2백 여 년 된 수목 등으로 이뤄진 정자목 군락으로 장관을 이룬다.

# 보호수 지정에도 기준? ‘있다’ 
용인시에는 현재 103곳에 걸쳐 111주의 보호수가 있다. <표 참고> 남사면에 20그루, 백암면에 11그루 순이다. 경기도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용인에 보호수가 많은 편이다. 보호수 지정과 보호‧관리는 산림보호법에 따라 이뤄진다. 수종별 나무의 크기 기준이 각각 다르며 은행나무는 400년, 느티나무는 300년, 소나무 200년, 잣나무 250년, 향나무 200년, 주목 200년 등 일정 수령이 돼야 보호수 지정이 가능하다. 

다만 수령 100년 이상의 거목, 노목, 휘귀목으로서 고사 및 전설이 담긴 나무나 특별히 보호 또는 증식가치가 있는 나무의 경우 보호수 지정이 가능하다. 보호수는 읍‧면‧동장 및 국유림 관리소장을 보호수 관리책임자로 지정해 관리하며 서식에 안내판을 제작해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 대표적인 용인 보호수와 마을 숲은?
보호수와 마을 숲은 마을 입향조 또는 유력인사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기흥구 강남마을로 불리는 갈곡은 금령 김씨 입향조 김기영(1610~1647)이 심었다는 기록이다. 상현동 심곡서원에 있는 노거수는 조광조 선생이 부친 시묘살이를 하면서 심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기능별로 보면 마을 입구에 풍수적 의미를 담은 수구맥이 비보 숲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정자목이나 노거수 숲처럼 마을지킴이 기능으로 조성돼 있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용인을 대표하는 숲은 어디일까. 남사면 완장리 중동 보호수 ‘경기-용인-86’ 느티나무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령 800년 넘은 느티나무 2그루와 200년 이상 된 다수의 나무들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 외에도 원삼면 맹리 맹골 숲, 삼가동 궁촌 숲, 포곡읍 전대리 가마실 숲, 이동읍 서리 상반 숲, 양지면 대대리 웃한터 숲, 모현읍 갈담리 갈월 숲, 남사면 완장리 중동 숲, 이동읍 묘봉리 상동 숲, 모현읍 일산리 내개일 숲, 기흥구 공세동 원고매 숲, 기흥구 언남동 구읍내 숲, 기흥구 마북동 마골 숲에서도 만날 수 있다.

기흥구 보정동 이진말 숲, 수지구 신봉동 신봉말 숲, 운학동 내어둔 숲, 양지면 내추계 숲, 남사면 방아리 아리실 숲, 서리 중덕 숲, 남사면 통삼리 동막골 숲, 구성동사무소 군락, 호동 4통 느티나무 숲 등이다. 

 

보호수 ‘용인-60호’에 무슨 일이…

2019년 3월 경,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용인시 산림과를 찾아왔다. 이동읍 천리 581-3번지에 있는 소재한 보호수 ‘경기-용인-60’ 인근 개발 건 때문이었다. 담당 공무원은 산림보호법 제13조에 근거해 설명했다. 보호수 생육에 지장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주변 훼손이나 개발이 가능하며 나뭇가지 폭 만큼은 보존해야 한다고 내용이었다. 

답변을 들은 A씨는 “그럼 보호수를 죽이면 되겠네?”라며 거칠게 툭 뱄었다. 담당 공무원은 보호수 지정‧해지에 관한 실명과 함께 부지매입 신청을 하면 용인시가 매입 계획을 세우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4월 초. 한 밤중에 차량 전조등이 보호수로 향한 가운데 한 남자는 보호수  ‘경기-용인-60’에 드릴을 이용해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천공은 모두 7곳. 그리곤 나무에 치명적인 독극물 식물전멸제를 주입했다. 2주 쯤 지나자 350년 된 느티나무 거목의 나뭇잎이 시들기 시작했다. 신고를 접한 용인시 관계자는 나무병원 전문가의 현장 소견을 달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2019년 5월 19일이다. 
 

구멍이 뚫려 있는 보호수. 이 보호수는 구멍에 독극물이 주입돼 죽어갔다.

결국 A씨는 기소돼 재판을 받았지만 처벌 결과는 터무니없이 약했다. 수원지법은 A씨에게 산리보호법 위반으로 약식기소하고 벌금 300만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350년 동안 마을지킴이 보호수가 이렇게 죽어갔다. 

# 노루실 마을숲·보호수에 얽힌 전설 
 “동편에 수벽을 치듯 나무를 심어라”

용인 12실 가운데 한 곳인 노루실은 우봉이씨가 집성을 이뤄 살던 마을이다. 「우봉이씨 농제공파 문중보감」에 의하면 22대 ‘이호정’이란 어른의 보호수에 얽힌 얘기가 전해진다. 

하루는 이 댁에 점잖은 과객이 찾아왔다. 손님을 소홀히 할 수 없었지만 쌀이 없었다. 안방 상부 모서리에 모셔진 신주(창호지로 만든 진메쌀 보관 봉투)에서 딱 두 그릇 정도의 쌀을 떠서 밥을 지어 손님을 대접했다. 본래 신주를 허는 일은 여간해선 없는 일이다. 쌀밥을 못 먹어본 그의 아들이 어쩌다가 이를 봤다.

철없이 “엄마, 우리도 환한 밥(쌀밥) 좀 주세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석 두 끼를 들고 하룻밤을 묵었던 과객은 떠나며 “이 동네는 거미형상이니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하며, 특히 동편에 수벽을 치듯 하시라”고 일러 주었다. 그대로 했다. 후일 집 주인은 큰 부자가 됐고, 그 때 심은 나무가 보호수와 마을 숲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는 볼 수 없게 됐지만 말이다. 

인터뷰] 문제영 용인시 산림과장 
“산림복지 차원에서 보호수와 마을 숲 관리 중요”

 

문제영 용인시 산림과장

“마을 숲 쉼터 조성사업이 몇 군데 진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들 관심이 많았어요. 여러 곳으로부터 추가사업을 해달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앞으로 전통마을의 상징인 노거수 주변 미관정비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최근 용인시가 마을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나무 주변 쉼터 조성사업을 시범적으로 벌이고 있다. 최근 포곡읍 삼계마을과 원삼면 맹리 등 3곳에  쉼터를 조성했다. 문제영 산림과장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보호수 주변 쉼터 조성사업에 나선 이유는?
“보호수는 오래된 나무를 뜻하는 노거수로도 불린다. 아무튼 노거수는 마을의 역사와 전설을 이어오고 있는 나무다. 주민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쉼터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철저히 관리되어야 할 산림문화유산이다. 사람과 자연이 교감하는 향수가 있는 공간이다.”

-용인엔 100곳이 넘는 보호수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보호수는 ‘산림보호법’으로 지정 및 보호‧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는 편이다. 지정번호가 있다. 일종의 ‘나무등록증’으로 보면 된다. 용인에는 103개소에 112주가 보호를 받고 있다. 법에 의해 함부로 훼손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동읍 소재 ‘용인-60’ 보호수가 극약 투입으로 말라죽은 사태가 벌어졌는데.
“충격적이다. 작년에 소식을 듣고 곧바로 현장조사와 경찰에 고발해 사법처리를 받도록 했다. 강풍 등 자연재해나 교통사고 등으로 일부 훼손되는 경우는 보았어도 의도적으로 말라죽게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 전통으로 보면 오래된 나무는 섬김의 대상으로까지 보기 때문에 인간이 해를 입는다는 속설이 있는 줄 안다. 불행한 일이고 있어선 안될 사건이다. ”

-최근 마을 숲 쉼터 조성사업에 대한 관심과 높은 호응을 볼 때 더 과감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담당부서 입장도 마찬가지다. 다만 용인시의 전체적인 예산 운용차원에서 보면 공원일몰제에 따른 부지매입에 많은 비용이 투여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대폭 확대해야 할 사업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산림자원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산림사업의 시작은 ‘산림녹화’였다. 민둥산을 푸르게 가꾸는 것이우선이었고 우리나라의 성공사례는 세계적이다. 다음으론 휴양림과 같이 치유와 힐링 나아가 산림자원 관광으로 활용하는 단계다. 미래는 산림복지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휴양을 넘어 산림을 통한 시민복지를 누리도록 하는 거다. 보호수 관리와 마을 숲 가꾸기 같은 것들도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할 사업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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