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5총선 용인정 선거구에는 모두 6명의 후보가 나와 겨루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표창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따라 전략공천을 받은 이탄희(41) 전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이곳에서 도전한다.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 전 발행인이자 자유한국당 용인정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을 누벼왔던 김범수(46) 후보다. 정 선거구는 다당 경쟁구도다. 진보계열에선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를 졸업하고 정의당 용인시위원회 위원장과 용인 시의정감시단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노경래(51)씨가 정의당 후보가 나섰다. 용인시대학생반값등록금조례제정' 청구인 대표이자 전 무상교복조례제정용인운동본부 공동대표로 지역에 얼굴이 알려진  김배곤(50)씨가 민중당 후보다. 보수계열에선 자유한국당 용인시정 당협위원장과 자유한국당 경기도당 운영부위원장을 역임한 김근기(60) 후보가 친박신당 간판으로 도전한다. 그 밖에도  국가혁명배당금당 박성원(62) 용인 수지구 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런 가운데 민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  

2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 상현공원을 찾았다. 오전부터 따사로운 햇볕과 만발한 벗꽃 때문인지 공원엔 사람들로 붐볐다. 코로나19로 바뀐 일상과는 다른 풍경에 다소 의외다 싶긴 하다. 상현2동은 최근 공직선거법개정에 따라 용인병 선거구에서 정선거구로 편입됐다. 상현2동은 전통적으로 보수가 강세인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약 45%가 쏠린 곳이다. 민주당 후보는 20대 총선에서 15.8%를 얻었을 뿐이다. 꽤 많은 표 차이다. 이번엔 여야 주요정당 후보가 모두 신진이다. 민심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투표요? 별 관심없어요. 누가 나온 지도 모르겠고요.” 두 아이들 데리고 나온 70대 할아버지는 연신 손주들 움직임에 눈길을 둘 뿐 무슨 엉뚱한 질문을 하냐는 듯 외면한다. 난감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상현2동 주민센터에 민원 처리 중인 40대로 보이는  여성에게 슬쩍 다가가 물었다. “좀 거리를 두세요…아 선거요? 이번에 투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를 안전하게 지켜줘야 할 정당후보를 뽑아야죠.” 어느 쪽을 지지하는지 가늠하기 애매한 답변이다. 다시 물었다. “마음에 두고 있는 정당이나 후보를 말씀에 보신다면?” “어려울 때잖아요. 단합해야죠. 자기들끼리 싸우고 국민을 이용해먹고 갈라놓고 이런 거 좋아하지 않아요. 잘못해 물러난 사람들은 책임있게 일할 수 있도록 지켜봐줘야죠. 지금같이 어려운 시국에.” 대략 감이 잡혔다. 급히 자리를 뜨며 한 마디를 보탰다. “누가 나왔는지 알아요.” 이미 마음을 정했다는 말로 들렸다. 

이번엔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할머니를 만났다. 우선 주변얘기부터 물었다. “수지 살기 어때요?” “분당에서 이사를 왔는데 뭐 살만해요. 공원도 있고.” “애들 보시기 힘들겠어요?” “힘들다마다요. 올해 어린이집 마치고 유치원 가야 하는데 졸업도 못하고 유치원 소속도 아니고 그래요. 코로나보다 매일 손주들과 하루하루가 전쟁이에요.” 손주들 돌보는 요즘 할머니 고충을 듣고 있자니 보육의 공적영역 확대가 더 절실하게 와 닿았다. 선거로 주제를 돌렸다.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보세요. 세금을 펑펑 퍼주잖아요? 무슨 수당이 그리 많은지 젊은이들도 벌어서 먹고 살게 해야죠. 못마땅해요. 자기 돈도 아닌데 인심쓰고 난리여.”

고향이 경남 김해라고 밝힌 할머니는 노후가 걱정된다며 세금 많이 거두지 않고 수당 마구 풀지 않는 정당후보를 찍겠다고 한다. 
자리를 죽전동으로 옮겼다. 수지구 죽전 1동은 선거구를 나누는 과정에서 오락가락 끝에 정 선거구에 편입됐다. 20대 선거에선 병 선거구였다. 죽전 1동은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53.1%의 표를 줘 승리의 발판이 됐던 곳이다.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후보에게는 34.6%를 지지했다. 단국대가 이곳에 있어 젊은 층 유권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상권도 영향을 받는 지역으로 분류되곤 한다. 죽전-보정-동백 벨트로 이어지는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통해왔다. 

주민들 반응을 듣기 위해 거리로 나섰지만 만나는 것도 말 거는 것도 쉽지 않았다. 60대로 기자가 평소 알고 지낸 분의 사무실을 찾았다. “아무래도 경쟁하는 두 당 후보들 얼굴보긴 어려울 것 같고 정당과 홍보물로 후보 됨됨이를 살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선거고 뭐고 간에 생업이 중단돼 공포감이 몰려와요. 이런 적이 없었어요.”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물었다. “그렇잖아도 집에서 애들하고 쫌 불편하게 갈려요. 난 보수편이에요. 그렇지만 꼴통은 싫고 보수든 진보든 막 나가는 애들 질색이에요.” 

“그럼 이번엔 어디 당을?” “총선은 중간선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난 현 정부에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견제하는데 찍을라고 해요. 애들은 여당 후보 찍는다 합디다.” 

구성동과 마북동은 어떨까. 마북동은 전통적으로 보수색을 가진 후보에게 표가 더 쏠렸던 지역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전반적인 여당 강세 속에서도 새누리당(미래통합당) 후보는 46.9%를 받아 42.7%를 얻은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반면 구성동은 45.3% 대 47.1%로 민주당 후보가 근소하게나마 우세했다. 

구성동은 행정 소재지가 처인구로 옮겨진 100년 전까진 용인의 행정중심지였다. 동 지명으로까지 그 위상이 왜소해졌지만 구청이 하나 더 생기는 시점에선 다시 회복될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구성동과 마북동은 최근 두 가지의 뜨거운 이슈가 떠오르고 있다. 용인의 경제 신중심으로 기대되는 플랫폼시티 구상과 경찰대 부지에 대한 활용방안이다. 그 방향을 둘러싼 각 후보들의 정책방향 제시가 선거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마북동의 어느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았다. 50대 여성인 공인중개사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두 가지가 우리지역의 관심있는 현안이긴 한데 국회의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책방향이 따라 바뀌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특히 경찰대 부지의 경우 교통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정치권이나 주민들도 같은 입장이어서 LH(토지공사)와 대립각이 있는 거죠.”

청덕동에서 아차지고개를 넘어 동백동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난 20대 선거에서 동백동은 민주당 후보에게 56.7%의 지지를 보냈다. 2위 후보와의 차이는 컸다.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뽑힌다. 다만 이번 선거에선 동백동이 3개 동으로 분동된데다 동백 3동은 용인을 선거구로 편입됐다. 지난 선거 및 선거구 조정에 따른 결과만으로 볼 땐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다소 위안이 되는 지형이다. 

선거 첫날인지라 로고송을 튼 채 후보들의 유세차량이 누빈다. 본격 선거가 시작됐음은 이렇게 알려주지만 한산한 거리만큼 시민들의 관심과 속내도 확인하기는 어렵다. 답답한 나머지 동백동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돌렸다. “보여주거나 드러내진 않지만 그래도 대개 마음은 정해졌을 걸. 요즘 각종 정보가 흘러넘치고 특히 유튜브처럼 SNS를 통해 서로 소통하니깐.” “후보 평판? 글쎄 일단 유력정당 후보들이 다 신인이고 경력이 꽤 괜찮은 사람들이라 우열을 가리긴 힘들거여. 다만 살아온 결이 다르니 그 걸 보고 판단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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