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선거 운동이 시작되기 전날인 1일. 용인시병에 속한 수지에서 2주 뒤로 다가온 총선 분위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후보들이 그동안 대면 선거운동을 최소화한 데다 시민들도 바깥 외출을 줄인 영향으로 보인다. 

지역 곳곳에서 만난 다수 시민들은 선거와 관련한 기자의 물음에 대답조차 꺼리는 모습이었다. 수지구청역에서 만난 한 70대 여성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관심 없다”며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것”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과 나라, 국민을 대표해 일할 일꾼을 뽑는 일인 만큼 이미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던질 후보를 점찍고 선거에 임할 채비를 갖춘 유권자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둘로 갈라진 민심

그간 용인시병은 보수텃밭이라 불렸다. 보수당 의원이 4선을 내리 지냈던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변화는 감지됐다. 수지 3개 선거구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압승을 거뒀고 광역의원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에서는 47%가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이번 총선에서 2년 전 진보로 등을 돌렸던 수지 민심이 어디에 쏠릴지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신봉동에서 15년 넘게 살고 있다는 신모(50·남)씨는 자신을 “원래 보수 성향이었다”고 설명하고는 “그러나 이번 선거는 다르다”고 말했다. 신씨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세월호 사건을 처리하는 보수당의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우리 아들이 세월호 사건이 터진 일주일 뒤 같은 배를 타고 제주도를 갈 예정이었다. 남의 일 같지 않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보수정권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신봉동에서 거주하며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남성도 민주당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였다. 이 남성은 “코로나19 사태는 민주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우리처럼 대응을 잘한 나라가 없다고 본다.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를 두고 보수당은 가짜뉴스를 만들고 신뢰를 잃을 행동을 너무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낸 유권자도 있었다. 성복동 이모(62·여)씨는 “민주당은 조국 사태 때문이라도 꼴보기 싫다”며 “코로나19가 확산된 것도 다 문재인 정권 때문이다. 정의 도덕성 모두 엉망”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씨는 “미래통합당과 이상일 후보에 표를 줄 것”이라며 “이 후보의 문화센터 공약을 봤다. 꼭 이뤄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천동 70세 남성 역시 “당이든 후보든 무조건 통합당이다. 후보가 누군지 볼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통합당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나라를 바꿔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봉동 문모(75·여)씨는 “나는 황교안을 지지한다. 추운 겨울에 그렇게 떨면서 호소를 해도 문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조금이라도 껴안아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청와대 인물들을 국회의원 후보로 다 내보내지 않느냐. 선거에 꼭 참여해서 문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춘숙 후보 선거사무소에 걸린 대형 현수막

수지 곳곳에서 이렇게 보수와 진보로 극명하게 갈린 유권자를 만나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민심의 극단적인 양극화 속에서도 정당보다는 후보와 공약을 보고 투표하겠다는 유권자 역시 만날 수 있었다. 풍덕천동 40세 여성은 “지지하는 정당을 아직 확실히 정하지는 못했지만 정춘숙 후보를 뽑을 것”이라며 “꽤 오랜 기간 지역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재선이 되면 지역에 관심을 둘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복동 25세 남성은 “진보나 보수 같은 성향은 없다”면서 “후보의 공약이나 능력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성복동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점주(60·여)는 “표를 줄 정당도 후보도 정하지 못했다”면서 “자영업을 하다 보니 경기 잘 돌아가게 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후보가 필요하다. 공보물이 오면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천동에서 만난 30대 주부는 “지지하는 정당은 없지만 마음속으로 후보는 정했다”면서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정보로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유권자도 많았다. 최근 여러 분위기도 한몫 했겠지만 정치에 대한 피로를 호소하는 시민도 있었다. 성복동 80세 남성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으며 주위 이야기를 듣고 당일에 가서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아느냐”는 질문엔 “관심 없다”고 답했다. 수지구청에서 만난 25세 남성은 “선거에 대해 아직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며 “부모님이 정하신 후보를 뽑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풍덕천1동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김모(42)씨는 “선거철이라 그런지 뉴스에서 서로 욕하는 모습만 나온다”면서 “그러면 TV를 바로 꺼버린다. 정치를 하자는 건지 패싸움을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깨끗한 선거,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라는 마음을 전한 시민도 만날 수 있었다. 상현동 박모(51)씨는 “코로나19로 선거 참여가 저조할 것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지 않느냐”며 “용인병은 아직까지 그런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네거티브 선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주셨으면 한다”며 개인적인 바람을 전했다. 

수지 주민들, 교통 공약은 공통 관심사 

이상일 후보 선거사무소에 걸려 있는 현수막 모습

매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는 수지구의 핵심 공약은 교통이다. 이번 총선 역시 후보들이 신설역 유치, 용인서울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신분당선 요금 인하, 부족한 대중교통 확대 등 비슷한 공약을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수지에 해결해야할 관련 문제가 많다는 것을 증명하듯 유권자들은 후보들이 해결했으면 하는 과제로 교통을 꼽았다.  

동천동 심모(34)씨는 “꼭 이뤄야할 공약으로 ‘SRT동천역 신설’을 꼽았다. 심씨는 “SRT는 동천은 물론 수지와 용인을 위해서라도 꼭 들어서야 한다”며 “하나만 더 고르라면 동천동 물류단지 개발이다. 정 후보가 둘 다 공약에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RT 동천역사는 수지 인근 다른 지역 주민들 역시 바라는 바였다. 죽전2동 이모(68)씨는 “이곳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대부분 SRT를 답할 것”이라며 “수지는 항상 교통이 문제다. 그걸 해결할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신봉동 40대 남성은 “신봉역을 설치해달라고 주민들과 함께 서명도 했다”면서 “정당과 후보를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신설역에 대한 확실한 공약이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봉동 윤모(47·여)씨 역시 “정춘숙 후보를 지지한다. 지지당도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신봉역 설치를 꼭 이뤄줬으면 좋겠다. 

신봉동 홍모(22·남)씨는 뮤지컬 배우로 일하고 있는 만큼 문화예술계에 얼마큼 관심이 있는가를 본다고 답했다. “홍씨는 선거에 관심이 많다. 특히 청년정책, 일자리 창출에 조금더 신경을 쓰는 것 같은 민주당을 뽑고 싶다”며 “코로나19에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선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새로 편입한 죽전2동 “선거구 변화 몰라”

이번 선거구 지역 변동으로 용인병에 포함된 죽전2동은 선거구가 어디에 포함됐는지 모르는 유권자가 많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각 후보의 공보물이 전달되면 이 같은 혼선은 줄어들겠지만 선거구 획정에 대한 홍보나 설명이 부족해 사전에 그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지 못한 유권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죽전2동의 경우 지지당이 분명한 유권자라면 후보의 공약이나 면면을 알지 못한 채 당을 보고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죽전2동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37세 한 주부는 지지당과 후보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 이탄희 후보”라고 답했다. 죽전2동은 용인병이고 다른 후보가 올라있다고 말하자 “언제 그렇게 바뀌었느냐”며 놀라는 눈치였다. 54세 박모(여)씨 역시 “선거구와 후보를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박씨는 “민주당을 지지해 후보도 무조건 민주당을 뽑으면 된다”면서 역시 이탄희 후보를 언급하며 “얼마 전 지역에서 출마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은데 아니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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