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용인시 유권자 수는 83만1388명이다. 다른 선거구처럼 행정동이나 선거구 변화는 없지만, 용인시갑은 4년 전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17만7945명) 때보다 유권자 수가 3만2000여명 늘었을 정도로 인구가 빠르게 증가한 지역이다. 21대 총선 처인구 유권자 수는 21만563명이다. 특히 남사면 인구가 크게 늘었다. 4년 전 5800여명에 불과하던 남사면 유권자 수는 이번 4·15총선에서 1만9000여명으로 3배 이상 늘어 남사면 유권자의 표심이 당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자 구도로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이우현 후보는 44.4%의 지지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35.9%의 지지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백군기 후보와는 8.5%포인트 차였다. 국민의당 조성욱 후보는 18.6%를 기록했다.

당시 이우현 후보는 11개 읍·면·동에서 백 후보를 앞섰다. 8년 전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섰던 우제창 전 의원에게 패했던 이동면은 물론, 유림동과 포곡읍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이기며 고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유권자 수는 적지만 이 후보의 정치적 기반이랄 수 있는 원삼면과 백암면에서는 각각 67.4%, 57.2%의 높은 지지를 받았고,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라는 현안을 안고 있었던 남사면에서 51.8%를 얻어 2위와 표차를 크게 벌렸다.

반면 백 후보는 전통적으로 야권이 우세를 보였던 포곡읍과 유림동 마저 1위 자리를 내줬다. 야권 분열의 영향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용인시갑은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뽑는 정당득표율을 보면 19대 총선 때와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정당 지지율이 개인 지지율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새누리당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여기에 정의당까지 합하면 50%를 훌쩍 넘었다. 코로나 정국에서 인구 증가라는 새로운 변수가 추가된 용인시갑. 유권자들은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한 대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선거에 영향
 

오세영 후보 선거사무소에 걸려 있는 현수막.

공식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과 4월 1일 처인구 유권자들은 만났다. 공식선거운동 시작 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해도 도심지역이건 농촌지역이건 기자가 만난 유권자들은 선거에 대한 관심이 이전 같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블랙홀처럼 모든 쟁점이나 관심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건강이나 안전에 대한 것이건, 재난 극복을 위한 긴급지원이건 내용만 다를 뿐 코로나 감염병 관련 얘기가 화두였다.

백암면 백암리에 거주하는 조모씨(64·여)는 “예전 같으면 후보에 대해 묻거나 얘기를 나눴을 텐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잘 지내는지’ ’건강은 좀 어떠냐‘는 안부 인사가 전부”라고 말했다. 연락해 모여서 밥은 먹거나 얘기는 나누는 일은 아예 사라졌으며, 그나마 가끔 전화로 얘기하는 게 다라고 조씨는 말했다.

김량장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씨(54·여)는 “모임이나 단체가 몇 개 있지만 서로가 조심하느라 모임은커녕 아예 만나지도 못하고 있다”며 “특히 가족 중에 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욱 조심한다”고 말했다.

원삼면 두창리에 거주하는 신모씨(44·여) 역시 “집에서 지내는 게 이젠 일상화됐다. 경로당도 모두 닫아 어르신들은 주로 집에서 지내고 웬만해선 밖으로 나오시지 않는다”고 했다.

도심·농촌 가리지 않고 코로나19 감염병이 공동체와 사람 간 교류에 장벽을 치고 있었다.

지역별 현안과 관심 서로 달라
코로나19라는 공통적인 관심사를 제외하곤 생활권이나 지역별로 현안사항에 대한 관심은 달랐다. 코로나19를 제외하고 백암·원삼지역(심지어 양지까지)은 단연 SK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였다. 기자가 만난 유권자들은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오면 지역경제와 도로 등 인프라 확충으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란 원주민과 유입 주민 간 온도차는 커 보였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원주민들은 부동산이나 지역경제, 일자리 등에 대한 기대가 컸다. 농민들은 미묘한 감정을 드러냈다. 새로운 기회라는 기대 속에 농지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었다. 백암면 고당리에서 만난 홍모씨(52·남)는 “SK를 반대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걸 주민들도 알고 있다”며 “땅값을 더 많이 받거나 수용 토지가 아닌 주민들은 땅값이나 집값이 올라 돈이라도 벌 수 있으면 하고, 땅이 없는 사람들은 지역에 돈이 많이 풀려 장사라도 잘 되는 것이 속마음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좋은 환경을 찾아 이사 온 주민들은 교육·문화·의료시설 등에 대한 기반시설이 확충될 것이란 기대와 바람을 전하면서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를 표시했다. 원삼면 두창리 신모씨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만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발전이 아니라 사람이 살기 좋은 동네가 되면 좋겠다. 교통을 감수하고 왔는데, 도로는 확장되겠지만 환경이 파괴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보다 학교, 병원, 문화시설 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동 지역이라해도 중앙·유림동과 역삼동간 현안이나 기대에 차이가 있었다. 원도심으로 분류되는 중앙동과 빌라촌으로 대표되는 유림동은 상권의 이동으로 인한 생존권과 주차와 교통정체 등을 꼽았다. 김량장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씨는 “역북지구가 생기면서 중앙동 상권은 몰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량장동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모씨(39·남)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저녁만되면 김량장동은 사람들의 발길이 일찍 끊긴다”면서 “코로나 영향이 아니더라도 그전에도 손님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일찍 문닫고 들어가는 날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포곡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임모씨(48·여)는 “코로나 발생 이후 단체 예약이 모두 취소되면서 문을 닫았다가 두 달 만에 문을 열었다”면서 “다른 것보다 이젠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며 경제가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례정당 깜깜이 선거 현실화 우려

정찬민 후보 선거사무소에 걸려 있는 현수막

코로나19 여파로 선거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후보에 대한 정보 부족 문제를 드러냈다. 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후보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거나 이름은 알지만 어떤 일을 했는지, 무슨 공약을 내놓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인지도면에서는 미래통합당 정찬민 후보가 상대적으로 더 있었지만 정당까지 모두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예비후보 때부터비대면 선거가 시작되면서 생긴 현상이다.

거리에서 만난 지역구 유권자 중에는 누가 나오는지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후보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후보자가 보내는 문자가 고작이며, 적극적인 지지층 외에는 능동적으로 후보에 대한 정보를 찾지 않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조차 오세영·정찬민 두 후보에 대해서는 정당과 대표 경력을 알고 있었지만 공약을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미래통합당을 지지한다는 백암면 조모씨는 “마음에 더 가는 정당이 있긴 하지만 후보는 공약이나 공보물을 보고 판단하는 편인데, 이번에도 아직 결정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정의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원삼면 신모씨는 “아직 후보에 대해 잘 몰라 공보물이 오면 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정당을 보고 후보에게 투표할 수밖에 없어 정당과 후보 투표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례정당에 대해서는 모두 불만을 쏟아냈다. 언론을 통해 비례정당 수가 많다는 뉴스를 접하긴 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 대부분이 3~5개 정당을 알고 있었다. 기존에 있었던 주요 정당이 대부분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신씨는 “비례정당 수가 확 늘어난 뉴스를 보면 화가 난다. 낭비이고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라면서 “정치적으로 기여할 것도
아니면서 즉흥적이고 임시적으로 만든 것은 정치세력화라기보다 개인을 알리는데 활용해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에게 최악의 선거로 기억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당리당략·거수기 역할에 반대
국민에게 도움 되는 국회의원 돼야”

지역 곳곳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는 달라도 바람은 비슷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후보들에게 대한 기대보다 바람에 더 가까웠다.

“나라의 기본을 만들어가고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에게 도움 주는 활동을 하면 좋겠다” “자기 욕심을 버리고 당의 거수기 역할은 없어야 한다” “주위를 챙길 수 있는 사람을 찍겠다” “공약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길 바란다”

지역에 대한 바람과 제언도 잊지 않았다. 백암, 원삼, 남사 등의 지역 주민들은 대중 교통과 문화·복지·의료·교육 불균형 완화나 해소를 꼽았고, 용인 동부권은 SK반도체 클러스터가 가져올 변화를, 이동·남사지역은 덕성산업단지나 물류센터 등으로 인한 교통문제를, 중앙동 등은 원도심 공동화와 슬럼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아쉬운 것은 4·15총선을 10여일 앞둔 시점임에도 용인시민들은 코로나 여파로 선거보다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걱정,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내놓은 기급 지원대책에 더 눈길을 주고 있었다. 2일부터 시작된 선거운동이 유권자 답답함과 먹먹함을 해소해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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