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하다3, 43.0cm×33.4cm, Water color on paper

무채색의 겨울이 말을 한다. 때로는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이틀 동안의 여행을 통해 또 깨닫는다. 강릉 만항재 태백 삼척, 그리고 긴 동강을 드라이브하면서 수많은 잎을 떨군 빈 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강의 언어, 바람의 언어, 시린 강물의 언어를 듣는다. 심지어 빈가지가 품고 있는 봄을 본다. 겨울을 싫어했었다. 무채색이고 춥고 움추러들게 해서. 이제 조금씩 겨울의 깊은 속내를 깨닫게 됐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 보여도 땅속 깊이 속마음을 감춰두고 햇살 좋은 어느 봄날 팡팡팡 향기로운 꽃으로 터뜨리리란 것도.

동강 어느 어귀에 잠시 차를 세웠다. 휘돌아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다. 자연스레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레 이어져오는 겨울과 봄의 경계에 있다. 곧 저산과 들에 진달래 피어나고 벚꽃비 내릴 것이며 산새들은 노래하겠지! 오른편 산꼭대기 하늘에 휘영청 둥근 낮달이 슬그머니 올라오기 시작한다. 보름인 것이다. 강원도 구석구석 시선을 고정한 채 두레박으로 물을 깃듯 맘껏 감성을 길어 올린다. 희미한 달빛을 받으며 봄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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