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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도 해인이 부모입니다

기사승인 2019.12.11  09: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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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그들은 짙은 보라색 옷을 모두 입고 있었다. 같은 색 옷을 맞춰 입은 이유를 묻는 것조차 복잡했다. 젊은 부모들은 제각각 손에 아이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연신 울기만 하는 그들 속에는 용인 시민도 있었다. 3년여 전 한 어린이집 앞 차량 사고로 딸을 잃은 부모들이다. 해인이 엄마와 아빠다.  

연일 언론을 통해 그들 소식이 전해졌지만 정작 핵심에는 ‘페스트트랙’이니 ‘공수법’으로 대표되는 정치 이야기가 있었다. 그저 일면식도 없었던 ‘민식이, 해인이 한음이 하준이 태호 유찬이’란 이름만 뇌리에 남는다. 자신 보다 귀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 심정이야 오죽하겠냐만 정작 젊은 부모들이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제 1야당 한 정치꾼은 아이 이름을 두고 농담에 가까운 발언을 서슴지 않게 내뱉기도 했다.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기는 고사하고, 그들의 간절함조차 조롱하고 있는 처사다.  

몇 해 전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해인이 아버지는 침착한 성격이었다. 아픈 마음 감내하며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 것을 자주 봤다. 최근 텔레비전을 통해 그의 우는 모습을 자주 봤다. 속으로 눈물을 삼키던 그때와는 달리 헉헉거리며 울었다. 세월의 흐름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만. 해인이가 떠난 지 3년이 더 지난 지금, 그들이 더 구슬픈 눈물을 보인다. 곁에 있던 다른 부모들 역시 하늘에서 기다리는 천사를 생각하며 철저하게 외로운 눈물을 흘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젊은 부모들이 지금 더 무거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간절함과 맺힘 때문은 아닐까.  

몇 주 전 해인이법이 국회를 통과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국민 청원’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마감 시간까지 고민했다. 사고 이후 제대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미안함도 있었지만 기사 한 줄이 부모의 절박한 심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반면 용인시민이 모인 인터넷 카페나 SNS에서는 해인이 소식이 이어졌다. 사고 이후부터 늘 주위에 묵묵히 있어주던 그들이 온 마음을 다해 구구절절 쓴 것이었다.    
언론은 조용했다. 지역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정당간의 정치 뒷이야기 수준으로 다뤄졌다. ‘민식이, 해인이 한음이 하준이 태호 유찬이’를 먼저 보낸 젊은 부부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위로해달라’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조용하고도 고귀한 외침에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용인시민신문>에서 일하는 필자도 그랬다. 

기자가 아니라 해도 그들의 생각을 하나하나 적는 것이 인지상정일게다. 텔레비전 속에서 울고 있는 젊은 부부의 모습에 마음이 편하지 못한 이유는 분명하다. 세상 소식을 글로 알려야 할 사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곁에 살고 있는 이웃의 마음을 제대로 알려 하지 못한 무정함도 있었다. 

‘그곳에 용인시민도 있습니다’ 
그 시민은, 우리 곁에서 웃고 있는 아이가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 줄 것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에 남은 아픈 흔적을 견뎌가며 우리를 대신해 힘겹게 버텨가고 있는 겁니다. 그들의 외침을 외면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정치권을 탓하고만 있는 것도 아닌 듯합니다. 

해인이 엄마가 10월 29일 국민청원에 ‘해인입법의 조속한 입법을 청원한다’는 내용으로 올린 글에 전국에서 27만여명이 동참했습니다. 정부의 공식답변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할 만큼 반응이 있었지만 용인시 전체 인구의 20%에 불과한 숫자입니다.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곧 ‘민식이, 해인이 한음이 하준이 태호 유찬이’이름을 딴 법은 국회를 통과해 법으로 제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법이 정착될 수 있도록 실천하는 것이 남겨진 숙제며, 젊은 부부들이 지금 흘리는 눈물에 대한 보답은 아닐까요.  

임영조 기자 yjlim@yongin21.co.kr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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