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해바라기 연작 호평

이수정 작가

빈센트 반 고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노란 해바라기 연작이다. 고흐의 해바라기는 특유의 붓 터치와 화려한 색의 조화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해바라기 꽃이 바라보는 방향이나 크기 등 그림의 구성도 완벽에 가깝다. ‘고흐는 무슨 생각으로 해바라기를 그렸을까?’ 용인 화가 이수정이 그의 대표 연작 ‘내안의 꿈’을 그리며 끊임없이 되물었던 질문은 이것이었다. 이수정 작가에게도 해바라기는 특별한 모티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길에 핀 겹해바라기 노란빛이 그날따라 햇빛을 받고 정말 예쁘게 빛났어요. 나도 겹해바라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첫눈에 반해 넋을 잃고 바라봤다. 햇살이 머문 겹해바라기는 찬란한 광채를 뽐내고 있었다. 여느 들꽃과 다르게 도도함과 기품이 있었다. 주변 풍경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존재만으로도 특별했다. 

이 작가는 그날의 경험 이후 겹해바라기를 모티브로 한 ‘내안의 꿈’ 연작을 이어오고 있다. 
해바라기가 갖고 있는 노란색은 사실 우리가 보는 겉모습일 뿐이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화려한 색 뒤에 가려진 본질을 보게 된다. 연작 ‘내안의 꿈’은 작가 자신의 상징이기도 한 해바라기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때문에 일부는 화려한 노란색을 그대로 표현하지만 일부는 먹으로 겹겹이 쌓인 꽃잎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무채색으로 담아낸다. 해바라기가 자신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은 현실의 내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작가는 현재는 노란색 해바라기만을 담고 있지만 푸른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의 해바라기 시리즈도 계획 중이다. 

“제 그림 속 꽃은 추억을 담고 있어요. ‘내안의 꿈’ 시리즈에서 국화를 그린 것도 있는데 그건 친정 엄마를 상징해요. 그 외에도 작품을 보면 당시 제 느낌, 추억들이 생각날 만큼 그림 속에 담아내죠.” 

이수정 작가는 한 화폭 안에 많은 색을 쓰는 작가다. 대부분 수채화 작가가 기본색을 서로 섞어 자신만의 색을 만드는 것과는 달리 이수정 작가는 백여 개가 넘는 물감의 색을 섞지 않고 그대로 쓴다. 섞지 않은 수채 물감 그대로의 색은 그림의 깊이를 떨어뜨린다는 정설은 이 작가의 그림에서 보기 좋게 어긋난다. 작가의 색에 대한 타고난 감각은 화면 가득 채운 꽃에서 생동감으로 빛을 발한다. 색은 자신이 갖고 있는 풍성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뽐낸다. 

색에 대한 특유 감각을 가지고 있는 이 작가가  조소과 출신이라는 점은 의외다. 흙을 재료로 입체적인 조소작품을 만들던 그에게 화려한 물감의 색은 그야말로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그동안 쏟아내지 못했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냈다. 그가 다양한 색채를 화폭 안에서 얼마나 영리하게 소화해내는가는 2014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수채화부문 특선을 수상했던 ‘공간의 미학’에서 엿볼 수 있다. 

이수정 '공간의 미학'

100호 사이즈 대작을 빼곡하게 채운 정글의 꿈같은 풍경은 이수정 작가가 공간과 색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을 지녔음을 증명한다. 다양한 이야기를 커다란 캔버스에 담으면서도 구성의 흐트러짐은 없다. 그의 작품이 치밀한 계획 끝에 완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작가는 현재 ‘공간의 미학’ 두 번째 작품으로 바다 속을 배경으로 한 환상적인 세계를 작업 중에 있다. 

“제 마음 속에 있는 희망의 공간이라고 할까요. 엄마의 품속처럼 따뜻하고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그런 곳이요. 그림을 통해 많은 분들이 희망을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수정 작가는 이달 29일부터 12월 10일까지 서울 목동 구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그의 연작인 ‘내안의 꿈’부터 ‘공간의 미학Ⅱ’까지 신작 20여점이 대중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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