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에 기댄 기성세대·양보 안하는 강성노조가 일자리 막아’ 모언론사가 2015년 기획보도로 냈던 기사의 제목이다. 당시 이 언론사는 정부로부터 5500만원을 받고 비슷한 주제의 기사를 5회에 걸쳐 보도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돈을 받고 기사를 쓴 언론사들은 이곳만이 아니었다. 최대 8000만원까지 받으며 일자리, 실업, 고용정책 등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다. 이후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고용노동부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언론사에 돈을 주고 정부 노동 정책을 지지하는 기사를 의뢰했음이 밝혀졌다. 여기에 쓰인 것으로 확인된 금액만 해도 4억원이 넘는다. 국민이 낸 세금이 ‘관언유착’에 쓰인 셈이다.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2018년 제정된 법률이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이다. 정부광고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률은 국가기관이 언론사와 홍보기사를 직거래하거나 홍보대행사를 통해 정부정책 홍보기사를 노출하는 것을 막았다. 또 정부광고를 하려는 경우 소요 예산, 내용, 광고물 제작 여부 등 증빙자료, 경비지출 내역을 밝히도록 했다. 

용인시가 지난달 6일 ‘용인시 광고시행 등에 관한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이름만 비슷할 뿐 상당 부분 정부광고법과는 결을 달리한다. 상위법은 정부광고에 있어 효율성과 공익성 향상에 중점을 뒀다. ‘공익’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일부가 아닌 모두의 이익을 위한 광고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정부나 일부 정권이 아닌 시민 모두에게 필요한 광고에 예산이 투입돼야한다는 의미다. 

반면 시 조례안은 ‘공익’이라는 단어 대신 광고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역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을 목적으로 했다. 문제는 광고 집행이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도록 근거를 담은 조항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상위법처럼 광고임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기사에 대한 금지나 광고 관련 경비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한다는 조항은 없다. 

광고비 책정 기준도 모호하다. 조례안에 따르면 시는 광고 소요 예산 산정 기준을 발행부수나 시정 보도건수 등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용인시가 광고비를 얼마 줄 지 나름의 방식으로 기준을 정해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언론사의 광고가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얼마나 객관화할 수 있을 것이며 시정 보도건수에 따라 광고비를 산정한다는 그 기준은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이러한 기준이 용인시 광고 조례에 포함된 이유는 정부광고법과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정부광고법은 국가 예산이 정부기관의 불투명한 홍보방법에 쓰이지 않도록 관련 절차를 법제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면, 시 조례는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비 책정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준비됐다. 그러나 이는 시민과 시 행정을 위한 조례로 만들어질 사항이 아니다. 자체 내부 규정이나 매뉴얼로 만들면 될 일이다. 

이번 조례안이 언론사에 지급하는 광고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정부 사례와 같이 용인시 입맛에 맞는 기사를 대가로 광고비를 얻는 ‘관언유착’의 문제는 어떻게 차단할 수 있을까. 지자체의 공공재원이 들어간 기사에 사실관계 파악이나 가치판단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영향력이 큰 중앙방송사에 1건당 거금을 들여 내는 시 정책홍보 기사는 공익을 위한 광고로 볼 수 있을까. 정책 홍보성 보도자료를 이른바 ‘복붙(복사해 붙여넣기)’한 기사는 누구를 위한 기사일까. 이런 기사를 꾸준히 낸 언론사에 광고비를 조금 더 주는 것이 광고의 투명성을 위한 것일까.

꼬리를 무는 물음은 이제 아무 힘이 없다. 용인시 광고비 조례는 이미 입법예고를 마치고 시의회에 상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이 아무리 이의를 제기해도 별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그냥 넘어가기엔 아쉬움이 남아 요즘 모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전지적 참견’을 한번 해볼까 싶어 떠들어본다. 참견이야 원래 전지적 시점에서 속속들이 해보는 게 제 맛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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