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에는 필자가 주도한 주민들로 이뤄진 산악회와 여행 동호회가 있습니다. 그중 산악회는 6년여 동안 함께 하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은 그만두었는데, 함께 등산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이름난 산은 거의 다 가보게 됐지요. 그런데, 산에 함께 가는 이웃들의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산에 왔으면 정상을 꼭 정복해야지’ 하는 부류와 ‘산에 간 그 자체가 즐거움이지 꼭 정상을 밟을 필요가 있나’ 하는 부류가 있더라고요. 미리 밝히자면 필자는 전자에 속하다가 슬슬 후자에 끼게 된 경우입니다. 

처음에는 앞뒤 안보고 열심히 올라가서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올라가고 내려오는 도중에 만나는 여러 경치가 더 다양하고 아름다움을 준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또 정상을 꼭 밟겠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마음을 얻고 함께 걷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주게 되는 것은 보너스로 얻은 기쁨으로 여겨지더라고요. 그래서 필자의 마음이 슬슬 산악회보다 주변인들과 좀 더 많은 눈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행 동호회로 움직여지게 됐어요. 

내 곁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 기쁨은 배가 되고 외로움은 반으로 줄어듭니다. 이미 많은 경험자들의 이야기 속에 그것이 담겨 있음에도 우둔하기 그지없는 필자는 이순이 가까운 나이에 이르러서야 그것을 알게 됐습니다.(하 하)

‘나와 함께 있어 주세요’ 또는 ‘내가 당신 곁에 서 있을게요’ 라거나 ‘당신이 내 곁에 있음을 느꼈어요’ 라는 등의 제목을 가진 노래는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제목에서 참 절절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절절함에다 노래의 흐름마저 애틋함이 더해진다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애청곡이 될 가능성이 짙겠지요. 오늘은 그런 곡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폴 준노밴드(Paul Zunno Band)의 ‘I know you're here with me’ 라는 곡인데, 우리나라가 월드컵 광풍에 휩쓸려 있던 2002년에 만들어진 곡이에요. 곡은 처음부터 잔잔하게 듣는 이의 마음을 강한 호소력으로 움직이게 하는 느낌이지요.

폴 준노는 솔로 활동을 하면서도 가끔 자신의 밴드와 함께 순회공연을 하는 뛰어난 블루스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입니다. 블루스 마니아들에게는 뛰어난 라이브 공연자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우리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의 곡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사용됐다고 하는군요. 

그의 이력을 보면 너무나 쟁쟁한 사람들과 연관돼 있어서 추측하건대 다른 연주자나 가수들처럼 길고 긴 무명의 터널을 지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소울뮤직의 황제라고 일컬어지는 너무나도 유명한 윌슨 피켓의 음악을 좋아하다가 7년여 동안 윌슨 피켓의 모든 음악에 수석기타리스트로 연주하게 됐다네요.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쟁쟁한 가수들과 함께 연주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음악 장르도 블루스에만 국한돼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대중음악을 연주를 하면서 밴드연주를 하는가 하면, 어쿠스틱 앨범도 발표하면서 마니아층을 넓혀가다 보니 그를 좋아하는 팬들은 로버트 레이와 스티비 레이본을 합해 놓은 연주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답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을 가진 폴 준노의 ‘I know you're here with me’를 듣다 보면 전체적으로 낮게 깔리는 사운드에 약간은 떨리는 듯한 감정으로 부르는 애절한 보컬이 문득 곁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합니다. 그의 다른 곡들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곡만큼은 블루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꽤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 정서에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혹시 지금 곁에 누군가가 있다면 함께 들어보세요. 그러면 함께 있음으로 해서 서로에게 느껴지는 따스함이 배가 될 거예요.

폴 준노 밴드의 ‘I Know You’re Here With Me’ 들어보기
https://youtu.be/CDoUEYZUp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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