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입양대국 한국을 떠나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기사승인 2019.10.11  14:22:50

공유
default_news_ad1

- 100만 대도시 용인, 다문화 '갈등' 넘어 '성장' 에너지로-3

“내 속엔 한국인 피가 흐르지만 난 외국인이죠”
 

한국의 역사를 말하는데 입양은 분명 아픈 손가락임에 틀림없다. 한국전쟁 직후 세계 최빈국 한국은 가족 건사도 힘들었다. 생목숨은 그렇게 외국으로 보내졌다. 입양은 그렇게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부분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금은 또 다른 이유로 많은 아이들이 외국으로 보내진다. 

보건복지부 국내외 입양현황자료를 보면 전국적으로 2013년 국외 입양자 수는 236명이던 것이 2017년에는 398명으로 증가했다. 그 기간동안 약간의 등락폭은 있지만 한해 평균 370명 이상은 한국을 떠난다. 연령별로 보면 1~3세 미만이 가장 많으며 첫돌도 보내지 못하고 타국으로 보내지기도 했다.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들은 각자 성장한 나라에서 한국입양인을 위한 단체를 결성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예전에는 입양이 막무간에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복지와 안전성을 담보한 입양이 이뤄지는데 한 몫하고 있다. 실제 2005년에는 입양의 날이 제정된데 이어 2006년에는 국내입양활성화 종합대책도 수립됐다.  

호주로 보내지는 입양아 세계 최다 수준
호주 국토 면적은 전 세계적으로 넓기로 유명하다. 이렇다 보니 한국보다 도시팽창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도시가 급성장 하지 못하면 결국 인구 대폭 증가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구가 국가 경쟁력이라는 조건에서 보면 호주는 지속적인 인구 증가 정책이 불가피 하다. 이런 사회적 문제는 다문화 즉 전 세계에서 유입되는 다양한 인종에 의해 상당부분 상쇄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민이란 형식을 빌려 호주 국민으로 탈바꿈하는 한국민 사례가 빈번하다. 

하지만 이민 이전에는 입양이 있었다. 지난해 호주보건복지연구소가 발표한 2017-18 입양보고서 국가별 입양아를 보면 한국이 19명(29%)으로 대만(21명, 32%)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최근 가장 정점을 찍은 것은 1990년대다. 당시 호주로 입양된 전체 393명 중 절반을 넘는 203명이 한국에서 왔다. 이후 지속적으로 입양아 수는 줄어 2000년대 들어서는 전체 입양아 대비 20~30% 수준을 유지하다 2010년대 10%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2017년에 들어 다시 20%대로 올라서더니 지난해에는 29.2%로까지 올랐다.

호주 퀸슬랜드 주 브리즈번시에서 한국인을 입양해 가족 모임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티븐 핑클(Stephen Finkel)씨는 “한국아이의 호주 입양은 역사가 오래됐다. 그만큼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해 호주 국민으로 살고 있다. 지금은 호주 사회에서 한국 뿐 아니라 동아시아 출신 국민 입양아들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 전통을 유지하고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

호주로 입양돼 20여년을 살고 있는 코리의 어릴적 사진. 현재 호주 부모와 함게 살고 있는 집에는 각종 한국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코리(corey_lee)는 첫돌을 지낸지 얼마 되지 않아 호주로 입양됐다. 올해로 20살을 맞은 코리에게 한국은 부모가 살고 있을 나라 정도다. 호주 어머니와 평균 2~3년에 한번은 한국을 방문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뜸해졌다. 코리가 한국에서 공부하기 위해 몇 달간 머물기도 했지만 계획처럼 되지 않았다. 호주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와 큰 갈등 없이 지내고 있다. 그럼에도 코리는 최근 몇 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고학년(한국 학년으로 중학교 시절)부터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종차별도 있었고 적성면에서도 학교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코리씨를 만난 것은 지난달 중순경. 현재는 사회활동은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 올해 고등학생이 된 쌍둥이 형제 가족들이 야간시간을 이용해 단기 근무를 하며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반면 그는 마땅히 직장을 구하지 않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집 곳곳에는 태극기를 비롯해 한국 전통 탈 등 한국과 관련한 물건들이 즐비하다. 코리를 입양한 호주부모의 배려다. 매년 한국을 찾을 때마다 코리가 한국에 대해 이해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한국의 한 입양기관을 찾아 한국 문화와 한국어 공부를 할 기회도 가졌다. 몇 해 전 한국을 찾아 그림 관련 공부를 했지만 취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호주로 입양된 코리와 호주 쌍둥이 형제.

한국어는 읽는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수준이지만 말하기 수준은 간단한 인사 정도다. 이날 만난 코리씨는 가장 먼저 “안녕하세요”란 말을 꺼냈지만 이내 영어가 나왔다. 그리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곁에서 대화를 듣던 호주 가족들이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줄 정도다. “호주는 다문화 국가라 사회적으로는 큰 차별이 없는데 학교 다닐 때는 동료들에게 차별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호주 생활은 부족할 것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지금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공부나 직장을 구하는 것이 고민이다”

한국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재밌는 나라란다. 하지만 코리씨는 한국에서 생활할 마음은 그리 많지 않단다. 이미 호주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호주란 국가 시스템에 더 익숙해졌기 때문이란다. “주변에 다문화 친구를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친구들 대부분은 호주에서 일자리를 찾아 돈을 벌거나 공부를 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도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람도 만족하며 출신 국가가 어딘지에 대해서는 그리 문제를 삼지 않는다. 하지만 영어를 하지 못하거나 너무 출신국가 문화만 중요시 여기는 다문화에 대해서는 호주 사회가 배척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이부형제가 호주 한집에서 살고 있는 사연
 

이부형제로 한국에서 입양된 카이워리와 테이워리가 크리스킨 워리 부부와 함께 호주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부분는 한국 항공사 관계사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차량 운영업을 하고 있어 한국어에 익숙하다.

코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 자동차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크리스틴 워리(Kristine warry‧51)도 한국 아이 2명을 입양했다. 올해 8학년(한국 기준 중학교 2학년)인 카이 워리(Kye warry‧15)와 테이 워리(TAE warry‧13)이다. 대부분 한국아를 2명 이상 입양한 가정을 보면 한국 부모가 다르지만  크리스틴이 입양한 두 아이의 한국 엄마는 같다. 흔히 말하는 이부형제다. 이들은 한국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정기적으로 한국을 찾는 코리가족과 달리 이들은 지금까지 한국엔 3번 정도 다녀왔다. 그것도 뿌리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냥 여행이 주목적이었다. 그렇다 보니 한국 문화와 관련해서는 최근 인기가 한창인 케이팝(K-pop) 정도다. 이 두 아들은 아버지인 크리스틴와 어릴 적부터 자주 어울린데다 이웃에도 호주 원주민이 많다 보니 동양계일 다문화와는 큰 교류가 없단다. 학교생활 역시 비슷하단다. 

테이 워리군은 “(다니고 있는) 학교에 동양계 학생이 10여명 정도인데 중국계 학생이 대부분이다. 다 같은 호주 국민이라 심각한 갈등이나 차별은 없지만 입양된 학생들 스스로가 느끼는 고립된 생각이 있다. 우리는 한국 형제가 같이 살고 있어 서로 힘을 주며 응원한다”고 말했다. 

카이 워리 군도 “호주 친구들과 거리낌 없이 지낸다. 하지만 졸업 후 사회생활이 시작되면 지금보다는 차별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봐도 사춘기가 지나면 호주 사회에 불만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다행스럽게 호주는 특정 인종 차별을 법으로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호주의 다양한 이견이 국가 경쟁력”
한-호 입양 가족 우정의 모임 고문 스티븐 핑클(Stephen Finkel‧61)

한국 입양 가족 모임인 한-호 입양 가족 우정의 모임 현 고문이자 전임 회장을 맡았던 스티븐(사진)씨는 1996년 한국 남자아이를 입양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현재 23년째 맞는 민간단체다. 활동하고 있는 회원 대부분은 한국아를 입양한 가정으로 총 160가구 정도다. 

입양한 아이들은 20대 직장인에서부터 한국학년으로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브리즈번에서 한국 교회가 운영하는 스포츠데이 진행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식사 공유. 애초 부모님을 위한 마련한 정기 저녁식사는 현재는 아이들이 자라서 가족들을 위한 식사자리로 전환됐다. 

이들 모임은 한국과도 꾸준한 교류를 하고 있다. 매년 1회 국내 입양 및 아동 복지 전문 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서울 서대문구 연희로)와 평택 복지기관 찾아 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씨는 이 모임의 가장 큰 특징은 상호간에 소통이라고 했다.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모국에 대한 정체성 확립과 상호간에 의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란다. 
“우리 모임이 하는 역할은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잘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국에서 입양된 사실을 진작 인지하고 정체성에 혼란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역시 우리 몫이다”

호주는 다양한 인종이 유입됐다. 때문에 호주사회는 다문화 간모임이 매우 활성화 돼 있다. 여전히 백인우월주의가 사회 전반에 잔존해 있지만 엄격한 법으로 이를 규제하고 있다. 실제 호주에는 다문화 장관직이 있을 만큼 이미 다문화는 배척하지 못하는 흐름이 됐다. 

“호주는 국토가 매우 넓다. 반면 인구는 한국의 절반 정도다. 국가 발전에 외국 인력은 불가피하다. 특히 한국 등에서 찾아 온 입양아는 호주 사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육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상태다. 분명 차별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호주 사회는 성숙해지고, 또 다문화 가정에서도 많은 노력을 해주고 있다”

스티븐씨는 국가 뿐 아니라 광역단체 차원에서 나서 단계별 균등 지원이 다문화가 정착하는데 큰 동력이 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호주는 자녀수에 따라 국가에서 지원하는 복지 정책이 많다. 불법체류가 아니고 적법하게 거주하는 다문화라면 대부분 이 정책 대상이다. 한국도 연령이나 가족 구성원 등 기준에 맞춰 단계별 균등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행정기관의 시스템이 다문화와의 갈등을 해소하는 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이라고 본다”

임영조 기자 yjlim@yongin21.co.kr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