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00만 대도시 용인, 다문화 '갈등' 넘어 '성장' 에너지로-2

대한민국을 조국으로 하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 그들이 겪는 차별은 무엇이며, 이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야기 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역신문발전위원회로부터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받아 다문화 현황과 문제점, 해소방안이 무엇인지 5회에 걸쳐 보도한다. 이를 위해 <용인시민신문>는 7월부터 두달여 취재기간 동안 호주를 비롯해 수원시 등 국내 5개 도시를 찾아 전문기관과 다문화 가족을 찾았다. <편집자 주>

<싣는 순서>
① 다문화 30년, 2세대 그들의 현실과 마주하다
② 한국에 살고 있는 다문화 가정을 만나다
③ 외국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①
④ 외국으로 이민 간 그들은 ②
⑤ 용인, 다문화가 가진 잠재력을 키운다

 

 

국내 다문화 정책은 국가 차원에서 추진된다. 특정 지역에 한정된 현황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통계청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 국내 전체 인구 대비 다문화 가구원 비율은 1.94%로 대략 100명 중 2명은 다문화 가정을 꾸린 시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광역자치단체별로 보면 농촌지역이 상대적으로 많은 충청도와 전라도가 전국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전국에서 다문화 가구원 비율이 가장 높은 전라남도와 가장 낮은 대구광역시를 제외하면 사실상 큰 차이는 없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문화 인구 유입 원인 다양하다. 용인이나 수원과 같이 다문화 구성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기권은 인근에 공항이나 여객터미널이 있어 출입국이 용이하다. 여기에 각종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많다. 반면 전국 평균보다 다문화 가구원 비율이 높은 충청도 보은군이나 옥천군 음성군은 농업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가 우선이다. 그렇다보니 이 지역 일부 초등학교의 경우는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다문화 가정 학생인 경우도 있다. 

옥천군에서 다문화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는 박성국 이철세씨(왼쪽부터)

인구 5만명 옥천군, “튀는 순간 왕따 되는 분위기”
지난달 5일 옥천군에서 만난 이철세씨와 박성국씨는 다문화 가정을 꾸리고 산지 10년이 훌쩍 넘는다. 이들은  아내는 베트남과 태국 출신으로 각각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이들이 다문화란 공통분모로 서로 의지하며 한지는 십년이 훌쩍 넘는다. 지금이야 다문화 가정 지원센터가 전국적으로 활성화 돼 어렵지 않게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그렇지 못했단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다문화 가족을 중심으로 ‘한울타리’란 모임을 만들어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박성국씨는 결혼 전이었지만 10년 전 태국 아내와 가정을 꾸렸다.  
박씨는 “다문화란 흔히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만 부르는 분위기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사람은 다문화 가정이라고 잘 말하지 않는다”라며 “그렇다보니 다문화가 소외되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옥천에서는 자발적으로 다문화 가족들이 만든 모임이 있어 정착하고 가정이 화목해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모임을 초기부터 이끌고 있는 이철세씨 역시 함께 활동하는 회원들 간의 신뢰를 끊임없이 자랑했다. 옥천군은 다문화 정착을 위한 사회활동 역사는 제법 길다. 이들은 다문화의 성지라고 자칭하고 있다. 정착 단계에 접어든 다문화 가정 지원센터의 발원 역시 옥천군의 다문화 역사와 궤를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 2세대의 본격적인 학교생활과 사회진출을 앞두고 이들도 생각이 많다. 여기에 지역 특성과 변한 사회적 흐름까지 더해져 고민은 깊어진단다. 
이들이 가장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부분은 교육이다. 흔히 다국적 부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언어능력이 오히려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철세씨는 “옥천에 있는 한 초등학교 전체 학생이 70명인데 그 중 다문화 가정 학생이 40명이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열리는 다문화 관련 행사에서 (다문화 가정) 학생이 이중 언어로 뭔가를 하게 되면 그 아이는 왕따가 된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지역이 작다 보니 다문화 아이라는 선입견이 부모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져 약간 차별하는 분위기가 생긴다”라며 “오히려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차별을 덜 받는 분위기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육 당국의 문제도 지적했다.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게 막연한 희망만 던질 뿐 일선 학교 차원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성국씨는 “왜 학교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성 발언을 하는데 왜 실제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이제 우리 사회가 다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2세들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성원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세 8년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김안나씨 부부와 딸

“다문화 가정 장점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지원 절실”
‘카레이스키’ 옛 소련지역의 고려인을 말한다. 까레스끼라고 말하는게 더 익숙하다. 고향이 우즈베키스탄인 김아나스타시야씨는 고려인이다. 러시아어를 할 수 있던 남편을 만나 8년 전 경기도 안성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지금은 이들을 꼭 닮은 딸을 낳아 오손도손 살고 있다. 
안성에서 통번역지원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아나스타시야씨는 그냥 김안나라고 불러 달라고 말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을 주고 있으며 한국어는 아직 서툴지만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단다. 

근무지에서 만난 김안나씨는 안성이란 도시가 매우 마음에 든다는 말부터 시작했다. 그가 태어난 고향과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란다. 
“안성에는 농촌 풍경도 남아 있고, 큰 마트나 필요한 시설도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어 좋아요. 고향이 우즈베키스탄 시골마을이었는데 분위기가 비슷해요. 무엇보다 사람들의 인정이 많이 느껴져 좋아요”

피부색이나 생김이 한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큰 장점이란다. 특히 학교에 다니고 있는 딸아이에게 이 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란다. 여기에 한국에 들어오기 전 한국어를 배워 딸과 대화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도 다행스러운 부분으로 꼽는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는) 한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게 생겼어요. 딸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 보니 외적으로 다문화 가정이란 것을 잘 알지 못해요. 그래도 아이가 이 점에 대해 주눅 들지 않도록 많은 이야기를 해줘요. 아직은 어려 (이 점에 대해)고민이 없는 것 같은데 성인이 되더라도 다문화가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키워나갈 수 있었으면 해요”

김안나씨는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와 크게 달라졌단다. 때문에 2세대라고 할 수 있는 자녀들이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이 오면 한국사회의 한 축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씨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문화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키워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문화 가정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이중언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봐요. 처음 안성에 왔을 때만 해도 한국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다문화 가정이 너무 많아 일상생활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었죠. 하지만 그런 부모세대가 한국어 뿐 아니라 출신국가 언어까지 충분히 가능한 상태라 자녀 교육에 유리할 것으로 기대해요” 

김씨는 또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한국이 모국이에요. 하지만 모국인 한국은 이들을 다문화라고 불러요. 우리 사회도 그냥 다문화 가정 자녀가 아니라 그 아이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격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혔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일본 출신 이미영(사진 맨 왼쪽)가 한 행사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청에서 만난 ‘기흥구민’
여름 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던 8월경 장안구청에서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공동육아를 하는 모임이 주최한 이날 행사는 세계문화여행이란 주제로 열린 다문화 관련 행사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아시아권 뿐 아니라 아프리카 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현장에는 공동육아 모임 회원 가족 20여명이 한나절동안 발품을 팔며 행사를 이끌었다.

현장에는 수원시민뿐 아니라 기흥구민도 있었다. 특히 기흥에서 왔다는 이미영(가명‧37)씨는 일본 출신으로 한국에서 생활한지 5년째다. 최근 한일간 관계를 우려한 이씨는 매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두 자녀 역시 엄마의 모국인 일본과 아빠의 모국인 한국 간에 갈등을 어떻게 이해할지도 걱정이란다. 

이씨는 “요즘 가장 큰 걱정은 아이의 정체성에 대한 부분이죠. 아이들에게는 한국도 일본도 소중한 나라인데 지금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생각이 많아 질 것 같아요. 중학생인 큰 아들이 일본에 가서 만화 그리는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데 보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개학 후 학교에서 혹시 일본인 엄마를 뒀다는 이유에서 일종의 따돌림을 받지 않을까도 걱정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개학 후 지금까지 특별히 일본인 엄마를 뒀다는 이유로 학교생활에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기지는 않았단다. 

이씨는 2세대가 한국에서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국가간 교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한국에 많이 거주하는 국가와 교류 확대는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다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씨는 “용인에 살면서 다문화와 관련한 행사가 크게 부족해 아이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 아이가 한국과 일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해진다면 더 경쟁력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고령사회로 접어든 용인시의 미래 사회에 다문화 자녀의 역할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도 그렇지만 용인도 마찬가지로 젊을 사람이 점점 줄고 있잖아요. 출생아 수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다문화에 대한 차별은 소모적이라고 봐요. 이제 단일민족이나 다문화를 구분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우리 자녀들을 바라봤음 해요”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 사회에서 만난 ‘어른들’

수지구 풍덕천동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서 만난 이태훈(가명‧11)군은 필리핀 엄마와 한국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학교생활을 시작한지 4년째로 큰 어려움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외모에서 약간의 다른 점이 있지만 행동에는 또래와 큰 차이가 없으며 친구들도 그렇게 대한단다. 그럼에도 태훈이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걱정이 조금씩 생긴단다. 

태훈군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다문화 가정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을까 솔직히 조금 걱정이 죠. 친구들은 특별히 그런 말을 하지 않는데 아직 마을에서 만나 어른들은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는데 속이 상할 때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실제 다문화 가정 부모들이 가지는 고민도 태훈이와 비슷하다. 옥천군에서 만난 이철세씨도 “아이가 사춘기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사회에 적응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아이가 스스로 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대한 곁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흥구 신갈동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의 치앙나우(25)씨는 현재 한국 영주권을 받기 위해 준비 중이다. 치앙나우씨가 한국에서 살고자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살기 좋기 때문이다.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란다. 

치앙나우씨는 “한국은 잘 사는 나라고, 안전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베트남에서도 한국으로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 3년을 살았는데 솔직히 쉽지 않다. 한국 사회가 외국인을 배척하기보다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다면 한국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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