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여행을 다녀온 한 분의 항의를 들었다. 중국 여행 중 급성 A형 간염에 걸려 거의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였다. 2016년에 혈액 검사를 하면서 실시한 A형 간염 항체가 없다는 것이 확인돼 예방접종을 권유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고 지내던 중 이번에 큰일을 겪은 것이다. 항의 요점은 “죽을 수 있으니 꼭 맞으라”고 강력하게 권유해달라는 것이다. 

올해 급성 A형 간염 환자가 급증해서 7월까지 1만 명을 넘어섰다. 2009년 대유행 당시 전국적으로 1만5231명의 환자가 집계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 수준으로 유행이 지속된다면 2019년은 역대 최고의 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지역에서는 집단 감염도 보고되는 등 상황은 심각하다. 용인시도 기흥구와 수지구를 중심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만일 북한의 미사일과 일본과의 외교적 문제, 미·중 대결 등의 국내·외 상황이 아니었다면 A형 간염 소식은 국내·외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됐을 것이다. 
급성 A형 간염은 초기 증상이 40도 가까운 고열이 지속되면서 근육통, 오심, 소화 불량 등 일반적으로 여름철에 유행하는 장염이나 다른 감염성 질환과 감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만일 항생제와 해열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고열이 지속될 경우, 즉시 혈액검사를 실시해서 간기능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 부산 등지에서 중국산 조개젓갈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가 확인돼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해변에서 채취되는 조개류에 A형 간염 바이러스가 많이 검출되는데, 수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 특히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중국산 뿐 아니라 국내산 조개 역시 A형 간염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물론 조개를 완전히 끓여서 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면 섭취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설익을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조개는 단단한 껍질로 보호되고 있고 가열시 조개 내부가 생각보다 충분하게 가열되지 않아 바이러스가 생존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조개를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방법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조개를 제외한 어패류에도 A형 간염 바이러스가 존재할 수 있으며 해외 여행시 감염될 가능성도 있다. 가장 좋은 예방방법은 A형 간염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획득하는 방법이다.

1970년대 이전까지는 국내 위생환경이 좋지 않아 어린 시절에 대부분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자연 면역을 획득했다. 상수도가 보급되고 선진국이 돼가면서 A형 간염 바이러스 접촉 경험이 없는 성인이 많아진 결과 급성 A형 간염 환자가 급증하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 노출될 경우 가벼운 열병처럼 앓고 지나가지만 성인이 된 후 감염될 경우 치명적인 급성 간염으로 진행돼 심할 경우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아주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2015년부터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으로 지정되면서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지만, 현재 가장 큰 문제는 20세에서 50대 초반의 성인이다. 이들 중 일부는 A형 간염 항체가 있고 일부는 없다.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독감 예방접종처럼 전국민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는 이유다.

A형 간염 백신이 2회 접종이고 1회 접종 가격이 상당하기 때문에 먼저 자신이 항체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항체가 없는 경우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빠른 시간에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 A형 간염 항체 검사부터 진행하고 항체가 없을 경우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예방접종을 안할 경우 저절로 항체가 형성되지 않고 매번 가슴을 졸이면서 위험 상황에 노출돼야 하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면서 안전벨트를 하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지금 즉시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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