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전다운씨, 고객의 따뜻한 한 마디가 큰 힘

“더위 이기는 법이요? 더운 건 방법이 없어요. 그냥 버티는 거죠.”
24일 오후 3시 수지구 풍덕천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택배기사 전다운 씨가 생수 한 병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때마침 내리는 장맛비와 땀이 섞여 온몸은 이미 젖어 있었다. 오전 11시부터 점심도 거르고 꼬박 200개 넘는 물건을 배달하는 중이란다. 우산은커녕 땀을 닦을 여유도 없어 보였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 7시 출근해 물량이 많은 날은 오후 10시가 넘어서 퇴근해요. 많게는 하루에 450개에서 500개 정도 배달하다보면 퇴근할 땐 정말 쓰러지기 직전이죠.”
인근 아파트 단지를 돌며 배달 물품을 내리고 확인하고 전달하는 일이 반복됐다. 뭔가가 빼곡하게 적힌 택배 송장에서 주소를 찾는 일은 사실 쉽지 않다. 그래도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하는 게 생명이니 ‘사고’가 나지 않도록 집중해야 한다. 

“일을 시작한 초반에는 택배를 잘못 전달하는 사고가 많았죠. 그러면 어떤 분들은 큰 소리로 욕하시기도 하고 밤새 잠도 못자고 그랬어요. 지금은 많이 줄었어요.”
지난해 11월부터 택배업을 시작한 전다운 씨는 주방장으로 10여년 일한 경력이 있다. 한 장소에서 오랜 시간 일해야 하는 주방 일과 달리 택배업은 맡은 구역을 부지런히 이동하면서 해야 하는 일이다. 하루 2만보 넘게 걷다보니 살이 몰라보게 빠졌단다. 

택배업이 단순히 물건을 배달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택배기사는 고객을 최전선에서 만나는 서비스직이다. 고객의 손에 주문한 물건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인 만큼 사명감도 크다. 

전 씨는 특히 고객의 취향과 성격을 모두 꿰고 있을 만큼 열심이다. 어떤 고객은 벨을 누른다고 싫어하고 어떤 고객은 집 앞에 그냥 두고 갔다고 불편민원을 제기한다. 전 씨는 고객들의 저마다 다른 취향을 하나하나 기억해두고 원하는 대로 배달해준다. 이른바 ‘맞춤형 서비스’다. 최선을 다한 만큼 좋은 고객도 많이 만난다. 

“거의 매일 택배를 시키는 할머님이 계세요. 제가 초인종을 누르면 뭔가 봉지 한가득 싸서 제게 주시거든요. 그런 고객이 계시니 힘들어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여름엔 신선식품이나 물 배달이 많아진다. 땀을 많이 흘리는 더운 날씨에 물이나 음료를 배달할 때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고객 역시 배달이 하루라도 미뤄지면 큰 불편을 겪게 될 물건이니 그럴수록 전 씨는 1분이라도 빨리 배달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이번 여름엔 휴가도 못갈 거 같아요. 8월 중순이 성수기 시작이어서 물량이 늘어요. 제가 쉬면 고객이든 다른 택배기사든 피해를 줄 수 있거든요. 가족들이 아직 모르는데 큰일이네요.”
전 씨는 아내의 ‘빨리 와’ 한 마디가 가장 힘이 나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덧붙였다. 

“요즘엔 좋은 분들이 더 많지만 가끔 무시하시거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막말을 하실 때도 있어요. 저희 택배 기사도 누군가의 가족이잖아요.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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