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이 극심한 템즈강 풍자화(1828 윌리엄 히스)

1854년 영국 런던에서 콜레라가 발생했다. 이미 1832년과 1849년 두 번의 콜레라 유행으로 1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기에 사람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콜레라가 나쁜 공기에 의해 전염된다는 미아즈마설을 믿던 시절이었기에 사람들은 코를 막고 다니며 피할 뿐이었다. 존 스노우라는 영국 의사는 미아즈마가 아닌 어떤 세균이 질병을 발생시킨다고 생각하면서 전염 경로를 찾고 있었다. 스노우가 의심했던 것은 바로 ‘물’이었다. 당시 영국 런던 사람들은 몇 개의 회사로부터 물을 공급받고 있었는데, 그 중 특정 펌프에서 뽑아낸 물을 먹은 사람들에게서 콜레라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것이다. 

스노우는 1849년 콜레라 유행을 연구하면서 런던 남부의 사망자가 4000명이나 되지만 서부와 북부지역은 400~500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다. 런던은 많은 물 공급 회사들이 경쟁하고 있었는데, 이중 서더크와 복스홀사는 합병으로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 회사는 템스 강에서 물을 얻고 있었는데 템스 강은 오염이 심한 상태였다. 경쟁사였던 램버스사는 1847년 템스 강 이외의 새로운 물 공급처를 확보해 1852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두 회사의 선택은 1854년 런던에서 발생한 콜레라를 연구하는 스노우에게 해답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콜레라 유행지도 한 가운데 펌프가 있다

1854년 런던에서 다시 콜레라가 발생하자 스노우는 환자 위치를 지도로 표시하고 물 공급 회사를 비교 분석했다. 콜레라 사망자의 4093명(1만 명당 153명)이 서더크-복스홀사의 물을 마시고 있었으나, 램버스사는 461명(1만 명당 26명)에 불과했던 것이다. 1849년과 1854년의 콜레라 유행을 비교하자 보다 명확해졌다. 템스 강에서 취수원을 변경한 램버스사는 16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에서 37명으로 크게 줄어든 반면, 서더크-복스홀사의 공급지역은 모두 4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해 변화가 없었다. 즉시 템스 강을 취수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됐고, 원인으로 지목된 물 펌프는 사용이 중지됐다.

스노우는 의사였지만 현미경이나 치료약을 사용해서 콜레라를 퇴치시킨 것이 아니라 수학적 통계 방법을 활용해서 원인을 찾아냈다. 많은 치료 방법에서 수학적인 통계를 활용해서 효과를 검증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사용됐던 치료가 통계학적인 검증을 활용하면서 효과가 없는 경우 더 이상 사용되지 않기도 했다. 만병통치약처럼 시행됐던 사혈은 비교 검증 결과,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많은 약초들과 민간요법들도 과학적 검증의 잣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설자리를 잃어갔다.

현재도 수많은 신약과 치료법들은 항상 검증되고 있으며 보다 안전하고 좋은 치료법을 찾기 위해 통계 프로그램이 활용되고 있다. 컴퓨터를 활용해 쉽게 통계를 확보할 수 있고 빅데이터 등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연구가 진행된다. 연구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답을 정해놓고 통계를 사용하는 경우다. 목표가 정해진 경우 통계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1998년 여성 호르몬이 심장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의료계에 충격을 줬던 것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구 결과를 정직하게 발표했기 때문에 의사들은 심장병 환자 처방에 신중을 기할 수 있게 됐고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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